[프리즘]실패의 재구성

 강릉 경포대 인근 ‘참소리박물관’에 자동차 한 대가 전시돼 있다. 마차 모양 검은 승용차는 놀랍게도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다. 100년 전 에디슨이 만고 끝에 개발한 4대의 전기자동차 가운데 하나다. 하루 충전하면 10Km 정도를 달린다. 운전 도중 방전이 잘 돼 길에서 끌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 이 자동차는 에디슨이 발명한 물건 가운데 ‘실패’작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실패’란 일을 잘못해 뜻한 대로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과연 에디슨은 뜻한 것을 이뤄내지 못했을까? 지금은 이 발명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연구현장에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담론이 한창이다. 제도상 연구에서 성공은 ‘사전에 연구자가 제시한 개발목표를 달성 했는가’로 판단된다. 나머지는 실패로 규정하는데 국내에선 실패한 연구를 찾기 드물다. 연구자가 검증 용이한 개발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적당히 달성하는 연구행태 때문이다. 도전적이고 혁신적 연구 성과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대부분 빤히 보이는 목표를 연구하는 게 현실이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정부는 일부 과제에 ‘성실실패’ 제도를 도입 중이다. 제시한 목표를 달성 못했더라도 열심히 연구했다면 연구자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4개 과제만 이에 해당됐다. 여전히 대부분의 연구는 예정된 결과를 목표로 진행된다.

 에디슨은 또 다른 역작 백열전구를 발명하기까지 2000번 넘게 실패했다. 이를 두고 에디슨은 단지 전구가 빛을 내지 않는 2000가지 원리를 알아냈다고 했다. 에디슨은 실패를 실패로 규정하지 않았다. 2000번의 성실실패가 획기적 결과물의 토대였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창의적 연구는 무수히 많은 도전과 실패를 동반한다. 많은 실패가 쌓여 성공을 만든다는 얘기다. 제시한 개발목표 달성여부만을 잣대로 한 성공과 실패 판단 기준은 더 이상 맞지 않다. 시도 중인 성실실패는 특정 분야가 아닌 연구실 전반에 녹아나는 기본이 돼야 한다. 실패는 단지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가는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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