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이란 보안 네트워크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고 있지만 동시에 반정부 인사들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공급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향후 화웨이의 행보에 글로벌 IT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화웨이가 이란 정부가 통제하는 통신 네트워크 시장에서 잇따라 계약을 수주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최근 이란 최대 휴대전화사업자 MCCI와 위치추적시스템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란 경찰 당국은 이 시스템으로 휴대폰 이용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된다. 2위 사업자인 MTN 이란셀과도 모바일 뉴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 화웨이는 모바일 뉴스를 공급하면서 뉴스 검열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는 화웨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반정부 인사의 위치 추적과 체포를 돕고 시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란 정부는 지난 2009년 정부와 시민 유혈충돌 사태를 경험하면서 반정부 세력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 흐름에 잘 편성했다. 2년 전 정치 불안으로 당시 글로벌 IT기업들이 이란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사업을 급속도로 팽창한 것. 이란에서 근무하는 화웨이 직원은 1000여명에 이른다. 화웨이 측은 “이란 휴대폰 사업은 규모가 방대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우리가 맡고 있는 부문은 미비한 수준”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중동 IT업계 관계자들은 화웨이의 역할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의혹이 확대되자 화웨이는 이란 정부와 선을 긋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서방 정부들은 화웨이가 반정부 인사 감시에 관련한 시스템을 제공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계속 영업을 하려면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 게다가 주력 사업인 기업용 인터넷 장비 시장에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화웨이 측은 “미국의 이란 핵반대연합과 깊은 토론을 나눴으며 우리는 감시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