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평사 무더기 신용강등에 不信논쟁 재점화

`선제적 경고 위기해소 도움`, `뒷북경고 위기만 증폭`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평가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우선 시장보다 앞선 위험경고를 통해 위기해소에 도움을 주기보다 뒷북경고로 위기만 증폭시킨다는 비판이 게세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이 유럽위기에 대해서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이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의 무더기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이은 하향 경고조치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증폭되면서 평가 대상국가들의 피해의식도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석 달새 무디스를 비롯한 3대 국제평가사는 미국을 비롯해 14개국을 대상으로 19건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취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S&P는 또 6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회원국들의 신용등급 강등 여하에 따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까지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유로존 회원국 중 독일과 프랑스까지 포함한 15개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S&P가 성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 뒷북경고로 위기에 불지펴…위기의 뿌리

평가대상 국가의 지도자들은 과거 예측 실패사례를 예로 들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위기 해소보다는 뒷북 경고로 유럽위기에 불을 지피는 오류를 또다시 범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중앙은행 총재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이 2008년 위기에 불을 붙였다. 우리는 그들이 현재 위기상황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S&P의 유로존 15개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경고와 관련해 "S&P가 채무위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며 "각국 정부의 신용을 평가하는 S&P의 평가 방식이 경제 기반보다는 정치적 부분과 더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이 (신용강등 경고) 소식은 유럽정상회의가 열리는 시점에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으로 나온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가 없다"라며 정치적 배경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또다른 비평가들은 신용평가사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부실 모기지 채권에 `AAA` 등급을 부여해 세계경제를 뒤흔들어 놓은 악의 근원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 터무니 없는 비판…시장의 우려 반영

하지만 S&P의 입장은 명백하다. 이런 비판에 한마디로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모리츠 크래머 S&P 국가신용등급 수석애널리스트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유로존의 구조적 위험이 최근 몇주 사이에 눈에 띄게 커졌다. 우리는 유럽 정상회담이 효과적이고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신용 충격을 우려한다"라고 경고의 의미를 설명했다.

크래머는 또 "유로존이 내년 1분기에 대규모 국채 만기가 도래하고 경기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에 해결을 모색할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신용평가 전문가들은 국제신평사들의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과 경고조치를 대체로 옹호했다.

과거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 때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파생상품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위기를 촉발시킨 잘못은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유로존에 대한 경고조치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대우증권 명재열 연구위원은 "평가사들이 개별적인 오류를 저지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장에서 평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윤영환 상임 연구위원은 "이럴 때 침묵하는 평가사가 없어야 한다. 지금 평가사들은 욕을 먹는 게 당연하다. 그게 평가사의 역할이다. 과속하다가 걸리면 왜 나만 잡았느냐는 푸념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단속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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