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18일. 안철수연구소는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이날 창업자인 안철수 사장(현 서울대학교 융합기술대학원장)이 전격 퇴임했다. 그는 ‘안철수연구소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며’라는 제목의 퇴임사에서 안철수연구소 존재 의미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바로 △한국에서도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워킹모델을 만들고 △정직하게 사업해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공익과 이윤추구가 서로 상반된 것이 아니라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안철수연구소는 이같은 기업 이념을 지켜내며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둘러본 판교테크노밸리 신사옥은 당시 안 교수가 뿌려놓은 노력의 흔적과 결실이 모두 담아놓은 듯했다. 안 교수 또한 1000억원 대 재산가이자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목될 정도의 거인이 됐다.
늦게나마 지자체가 정신을 차렸다. SW산업 중요성을 인지하고 육성하겠다고 부산을 떤다. 지자체 가운데는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 왔다. 광교테크노밸리와 판교테크노밸리 및 과천지식정보타운을 잇는 SW 삼각벨트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문제는 예산이다. 경기도는 아직 SW를 포함 IT산업 육성을 책임지는 부서가 없다. 당연히 예산은 한 톨도 없다. 내년에는 더 심각하다. SW산업 육성책을 마련하던 부서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신규사업은 커녕 기존 사업 지키기에도 버거운 형편이다. 내년에는 IT산업 육성에 동참하겠다던 부서도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예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도지사가 SW산업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안 교수를 차세대융기원장으로 초빙한 것도 무관치 않다. 차세대융기원은 경기도와 서울대가 함께 설립한 기관이다.
조만간 경기도에서 SW산업 육성방안 마련 토론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도지사가 직접 참석해 힘을 실어줄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 나와도 예산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립서비스(공념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김순기 경인취재팀 차장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