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씨를 향한 뜨겁던 뉴스가 식었다.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상 그대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해졌다. 방방 뛰던 네티즌들도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 잊은 듯하다. 무슨 화두이든지 마무리가 이 모양이면,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며 시·공간적 비용을 낭비한다. 다시 들추는 게 강호동씨에게 미안한 일이 될지 모르지만 따지고 넘어가는 게 재발 방지책에 좋다.
그를 두고 양비론(兩非論)이 많았다. 탈세라면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잠정 은퇴’도 썩 의연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니까, 꼼수 작전이다”라고 말한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이는 모습마저도 제스처라고 나무랬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강호동만 탈세했나. 다른 연예인도, 재벌도 탈세를 많이 하지 않았던가. 이런 정서가 많은 게 우리 사회다.
그렇다고 강호동이 평창에 땅을 산 것까지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토지를 아직 팔지 않아 차액을 남기며 탈세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동정론을 펴자는 게 아니다. 정서만 갖고 엉뚱한 것까지 부풀려 비난하거나, 엄연한 문제까지 축소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한 다음에 차분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진다.
우리 사회가 강호동 논란을 계기로 다잡아야 할 과제는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그의 은퇴로 금방 망할 것처럼 호들갑 떨던 방송사들은 시청률도, 광고수익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어느 누구 하나로 방송사의 흥망이 좌우될 정도라면 그 방송사의 시스템 파워부터 정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이참에 국세청은 강호동씨가 정말 탈세를 했는지, 그랬다면 얼마인지, 그래서 얼마나 더 징수했는지 밝혀야 한다. 궁금하기도 하지만 명명백백해야 타산지석이 된다. 언론도 ‘냄비 현상’을 지양하고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이렇게 용두사미로 끝나면, 정말 세월은 약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매체가 강호동씨를 방송인이라 지칭한다. 가능하면 개그맨, 연예인 등으로 호칭했으면 좋겠다. ‘전직 씨름선수’라고 할 것까지야 없지만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 모두 방송인이 아니다. 아울러 걸핏하면 공인이라 하는데, 재고해 볼 사안이다. ‘잠정 은퇴’라는 말도 걱정스럽다. 물론 ‘완전’ 은퇴하라는 뜻은 아니나, 종편 방송이 손짓을 했을 때, ‘잠정’이 ‘금방’으로 돌변하지 않길 바란다.
복귀 시기는 강호동씨가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필자는 이 쉬는 기간에 간곡하게 두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사투리 교정을 포함해 방송언어를 조금 더 공부하기 바란다. 또 한 가지 고성(高聲) 낮추기 연습도 했으면 좋겠다. 시끄러운 세상을 더욱 시끄럽게 만들기에 하는 말이다.
김성호 객원논설위원ㆍ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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