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0년 전 일이다. 2001년, 당시 우리나라 IT산업을 이끈 핵심 키워드는 정보혁명시대 ‘e코리아’ 구현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를 지배한 정보혁명 끝물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연결고리를 이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다. 정부도 반도체와 정보가전을 대체할 미래 산업 기반을 요구했다. 기업 역시 21세기에 살아남을 또 다른 먹거리를 고민했다. 국내 학자들도 빠르게 변하는 정보기술(IT)과 복잡한 사회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줄 새로운 미래 어젠다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새롭게 던져진 화두가 ‘유비쿼터스(ubiquitous)’다. 농업화, 산업화, 정보화에 이은 새로운 국가경영 비전으로 ‘유비쿼터스 코리아(u-Korea)’ 구상이 처음 제안된 것은 10년 전 전자신문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을 통해서다. 유비쿼터스는 컴퓨터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오히려 사물 속에 집어넣는 개념이다. 건물·식기·의복·신발 등 모든 사물에 다양한 컴퓨터를 집어넣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해준다. 이를 기반으로 사람과 컴퓨터, 그리고 사물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새로운 유비쿼터스 공간이 탄생한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IT산업의 최고 화두는 단연 ‘유비쿼터스’다. 제록스 팰러앨토연구센터 마크 와이저(Mark Weiser)가 “미래 20년 후 컴퓨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해답으로 처음 제시한 유비쿼터스가 한국 땅으로 건너와 완벽하게 변신한 것이다. 우리는 유비쿼터스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고, u코리아 열풍은 들불처럼 IT산업 전체로 번져갔다. 처음엔 ‘유(u)’자만 들어가도 어렵다던 사람들이 성능 좋은 제품이면 무조건 유비쿼터스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유비쿼터스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하원규 박사와 김동환, 최남희 교수 손을 거치며 막연한 기술적 개념이 아니라 미래 정보화와 IT산업을 이끌 가장 확실한 국가 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비쿼터스와 제3 공간 개념을 제시하며 u코리아 비전을 만들어낸 주역이자 원조인 셈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다. 2011년 10월,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뭔가 이상한 조짐들이 느껴진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그리고 수십만개의 ‘앱(App)’ 등 최근 수년간 새로운 변화의 징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과 10년 만에, 또 한 번 엄청난 폭발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길어야 10∼20년 안에 또 한 번의 빅뱅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는 게 미래 학자들의 예견이다. 미국 공상과학소설가 버너 빈지는 그 폭발의 중심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불렀다. 인간의 경험과 지식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지는 분수령인 특이점은 ‘새로운 현실이 지배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앞으로 10년이 문제다. 지난 2000년대를 지배한 IT혁명이 정점을 달리기 시작했고, 그 순환 고리를 이어갈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대한국민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 역시 하드웨어 산업을 대체할 또 다른 먹을거리를 요구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를 어떻게 읽고 대응하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앞으로 더욱 복잡하고 빨라질 IT패러다임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줄 새로운 어젠다가 필요하다.
주상돈 경제정책부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