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65> 앱등이

 애플 제품을 사랑한 나머지 무조건 애플 제품만을 옹호·찬양하고 다른 회사 제품과 그 사용자를 공격하는 사람을 비하하여 일컫는 말.

 애플 팬을 말하는 ‘애플빠’와 작년 갑자기 많이 나타난 벌레 ‘꼽등이’의 합성어다. 스마트폰 커뮤니티나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을 한다는 부정적 뉘앙스가 담겼다.

 반대말은 ‘삼엽충’. 애플을 비난하고 삼성을 옹호하는 ‘삼성빠’를 비하하는 말이다.

 아이폰은 닫혀있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여는 기폭제가 됐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카르텔 속에서 불편을 느끼던 사용자들은 아이폰에 열광했고, 애플빠가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애플 제품 자체의 매력에 대기업과 정부가 지배하는 폐쇄적 한국 IT 환경에 대한 비판이 맞물려 아이폰 사용이 ‘쿨한 패션이며 개념 있는 저항’이라는 식의 생각도 나타났다. 제품이 아니라 신념의 문제가 되면서 싸움은 거세졌다.

 ‘우리’라는 정체성 확립에 필요한 것이 ‘적’이다. 앱등이의 주적은 애플을 위협하는 삼성전자다.

 다른 스마트 기기는 모두 애플을 모방한 저열한 카피캣으로 여긴다. 애플을 비판하거나 삼성 신작을 소개하는 기사는 찌라시 매체를 광고로 길들인 삼성의 언론 플레이로 지목한다.

 이들의 무기는 애플의 탁월한 디자인과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자 환경 등이다. 이에 맞서 삼엽충은 애플의 폐쇄성과 독단적인 고객 지원 정책 등을 공격한다. 앱등이와 삼엽충은 ‘교체할 수 없는 아이폰 일체형 배터리가 편리한가’나 ‘애플의 리퍼 정책이 선진적인가’부터 아이폰과 갤럭시의 강화 유리 품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주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다.

 팩트를 주장하는 듯하지만, 사실 상대방 말에 귀를 막은 채 키보드 배틀을 벌이곤 한다. 주로 정치·사회 이슈를 놓고 벌어지던 키배가 스마트폰을 주제로 펼쳐지는 것은 그만큼 IT가 생활에 일상화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생활 속 한마디

 A: 쏟아지는 악플을 감당할 자신 있으면 금주 ‘인터넷 이디엄’으로 ‘앱등이’를 쓰세요.

 B: 무플보단 악플이 낫죠.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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