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천금매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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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어떤 임금이 1000금을 내걸고 천리마를 구했다. 그러자 궁궐을 청소하는 자가 맡겨만 준다면 천리마를 구해오겠다고 나섰다. 왕의 허락을 받은 그는 석 달 후 죽은 말의 머리를 들고 와 500금을 주고 구해온 것이라 아뢴다. 왕은 “살아있는 말을 구해오라 한 것인데 어찌 죽은 말의 머리를 500금이나 주고 구해왔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죽은 말의 머리도 500금이나 주고 사는데 살아 있는 말은 어떻겠습니까? 사람들이 필시 왕께서 좋은 말을 살 것이라 여겨 천하에서 좋은 말들이 모여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과연 3년이 지나자 왕은 천리마 세필을 살 수 있었다.

 1000금을 주고 죽은 천리마 뼈를 산다는 의미의 천금매골(千金買骨)이란 고사성어는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중국 제나라의 침략으로 망할 뻔한 나라를 가까스로 일으켜 세운 연나라 소왕은 절치부심하며 인재를 끌어 모으고자 했다. 소왕은 현명하기로 알려진 곽외를 불러 널리 인재를 구하는 방법을 묻는다. 그때 곽외가 왕에게 들려준 게 이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나같이 낮은 자부터 뽑아 써보라”는 곽외에게 소왕은 좋은 집을 지어주며 융숭히 대우했다. 그러자 널리 이웃나라로부터 덕망 있는 인재가 모여들었고 제나라에 당한 치욕도 갚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숙명을 건 특허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런 삼성이 최근 SW 인력 1만명 충원 계획을 밝혔다. 대기업의 SW 인력 확보전에 자극을 받은 중소 SW기업들은 신입 연봉을 4000만원까지 높여 책정하는 히든카드까지 내놨다.

 SW가치에 새롭게 눈뜬 대기업이 관련 인재 모시기에 앞장서고 중소기업이 뒤에서 떠받치는 형국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SW 전공자들이 곧바로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성과물을 창출할 수는 없다. 단초는 마련됐다. 미래를 내다보고 개발자를 우대하는 기업 풍토를 이제부터 잘 가꿔가는 게 중요하다.

 대학에서 배출하는 SW 전문 인력 수는 모자라지만 사회적 대우가 개선된다면 인재는 자연 모여들게 마련이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 기업이 애플을 초월하는 게임의 법칙을 세우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최지호 편집1팀장 jho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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