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토론-전자주민증 찬성] 문제점 대부분 보완, 결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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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회 행안부 주민과장

모든 정책에는 시대 여건과 기술이 투영된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로서 이 트렌드는 주민등록제도에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는 정보화가 진행돼 주민등록번호가 광범위하게 코드로 사용되면서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문제를 야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전한 전자주민증 도입을 촉진했다.

 주민등록증은 1999년 일제히 경신한 지 12년이나 지나 기술진화에 따른 위변조에 취약하다. 또 도로명 주소체계 도입에 따라 10월 31일부터 주민증 주소란을 변경해야 한다. 최근 주민증 위변조나 번호 유출에 따른 피해와 부작용이 심각한 것을 고려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주민증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다. 이미 34개 OECD 국가 중 독일을 비롯한 11개국이 전자신분증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6개국이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는 전자주민증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해 도입을 반대했다. 1997년 정부가 전자주민카드 한 장에 주민등록증, 주민등록등·초본, 운전면허증, 건강보험증 등 7개 분야 47개 정보를 수록해 각종 민원신청을 자동화하려 한 데서 우려가 비롯됐을 수 있다. 국민편의 측면에서 간편하고 신속한 행정을 구현하자는 취지였으나, 카드 한 장에 너무 많은 개인정보가 집적되면 해킹 등 부작용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사업 추진이 중단된 이유였다.

 현재 추진하는 전자주민증은 위변조 방지 뿐 아니라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호하자는 취지가 보다 강하다. 즉, 위변조가 불가능한 IC칩 안에 표면정보를 저장한다. 주민번호처럼 민감한 정보는 표면에서 삭제하고 IC칩에만 저장해 본인 동의하에만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IC칩 내용을 확인할 필요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 표면에 생년월일과 성별 등을 기재해 기본적인 신분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주민번호 대신 사용할 발행번호를 신설해 번호의 오남용을 줄이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해 법안 보완작업을 했다. 증의 수록항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주민 신청이 있을 때 수록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게 통합신분증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지적에 따라 대통령령 위임규정을 삭제하고 수록항목을 명확히 열거했다. 전자주민증이 중앙 데이터베이스와 연계돼 국민의 행적을 감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온라인을 통해 개인정보가 송수신되는 게 아니라 증의 표면정보와 IC칩 안의 정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리더(Reader)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자적 수록정보의 수집과 저장을 금지하고, IC칩 정보는 본인 동의를 얻어야만 열람할 수 있게 했다. IC칩 수록 정보를 다른 정보저장 매체에 수집·저장할 수 없는 규정도 마련했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제기한 법·제도적 문제 대부분을 보완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여전히 연간 500건에 불과한 신분증 위변조 범죄를 해결하려고 예산 5000여억원을 투입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전자주민증이 아닌 일반 증으로 교체해도 3284억원이나 소요된다. 어차피 바꿔야 한다면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근 3500만여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된 사건이 일어나자 주민번호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한편 주민번호를 바꿀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견이 없다. 다만, 주민번호를 폐지하거나 유출된 번호를 일시에 변경할 때 초래될 불편과 혼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실현되기 어렵다. 발행번호를 신설해 주민번호를 대체한 뒤 점진적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게 현실적이다. 발행번호는 생년월일 같은 개인정보가 유추되지 않고 본인이 원할 경우 변경할 수 있게 한다.

 정부는 전자주민증의 추가 보완이 가능하게 논의의 장을 항상 개방할 방침이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시민단체가 함께해 우려를 해소하고, 보다 완벽한 보안방안을 마련하자는 의견에도 적극 찬성한다. “정책에 있어서 이념적 논쟁은 중요하지 않으며 실제 현장에서 국민에게 어떤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경제학자 듀플로의 말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를 시사한다.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하루빨리 심의·통과되기를 바란다.

 김장회 행정안전부 주민과장 janghoi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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