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02년, 초나라 패왕 항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기세(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영웅치고는 허무한 죽음이었다. 한나라 유방은 ‘사면초가(四面楚歌)’ 전략으로 항우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항우의 부하였던 유방은 보잘 것 없는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유방이 영웅호걸 항우를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천하를 다투는 싸움은 용맹보다 지략 대결에서 결판났다.
스마트폰 시장에도 초한지에 버금가는 지략 대결이 불붙었다. 스마트 대전이 격화되면서 허를 찌르는 전략이 어지럽게 펼쳐진다. 지금까지 제품만 잘 만들면 그만이라던 자세가 180도 바뀌었다.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이다. 애플은 기대를 모은 ‘아이폰5’ 대신 ‘아이폰4S’를 들고 나왔다. 애플팬들이 실망했지만, 애플은 전략 변화를 선택했다. 프리미엄폰 일색에서 대중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삼성과 LG의 ‘텃밭’을 기습하는 전략이다.
LG전자의 전략도 표변했다. 두문불출하던 모습이 아니다. 경쟁사 제품을 거칠게 깎아내리며 포문을 열었다. 비밀병기 ‘옵티머스 LTE’를 내놓으면서 수세에서 공세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이다.
애플과 LG의 바뀐 전략은 나란히 삼성전자를 겨냥하고 있다. 3분기 세계 1위가 유력해지면서 견제 심리가 더해졌다. 삼성도 가만있지 않을 태세다.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 노트’ 등 전략폰을 줄줄이 출격시킨다. 바로 ‘빠른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 전략 변화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에서도 전략 변화는 뚜렷하다. 삼성은 ‘아이폰4S’ 판매금지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애플 역시 아예 삼성의 통신 특허를 무력화하려는 배수의 진을 쳤다.
모두가 밀리면 끝장나는 지략 대결이다. 시간이 지나면 싸움의 결과는 세계 휴대폰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최고 경영자(CEO)들의 사생결단을 가르는 한 수, 한 수가 바로 역사가 된다. 과연 어떤 CEO가 이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까. 휴대폰 초한지의 유방과 항우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장지영 정보기기팀장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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