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2011년 대표주자는 플랫폼’이라는 칼럼을 전자신문에 썼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디지털 혁명 신호탄이었다면, 플랫폼 기반 다양한 서비스가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측이 맞을지 몰라 조금 불안했다. 지난 1일 SK텔레콤이 SK플래닛을 분사했다. 플랫폼 중심으로 진화하는 산업 변화를 읽은 동시에, 무거운 몸집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경고를 받아들인 셈이다. 지난 주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10여년에 걸쳐 만든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통신사업자 경쟁력은 과거 고품질의 음성과 데이터 전달로 충분했다. 이제 우수한 단말기와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로 빠르게 옮겨간다. 단순히 옮겨가는 게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 속에 진화한다. 단말기, 플랫폼, 콘텐츠를 완비한 애플이 승승장구하고,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로 플랫폼 중심 비즈니스 체제를 구축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서진우 SK플래닛 대표는 고객가치 중심의 기업, 개방과 협업을 통한 ICT 생태계와의 동반 성장,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많은 대기업이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현하지 못한 원대한 의미를 담았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지만, 특히 플랫폼은 고객 중심이다. 음식점이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로 고객을 감동시키듯 플랫폼은 우수한 콘텐츠와 고품질 서비스로 사용자를 감동시켜야 성공한다. 신속하고 안정된 서비스,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SW 개선이 급하다. 초고속 통신망이나 고성능 하드웨어도 SW 병목이 생기면 생존력이 떨어진다. 취약점을 개선하고 해킹을 막아내는 보안성도 고객 보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개방과 협업을 통한 ICT 생태계와의 동반 성장은 플랫폼 발전의 필요조건이다. 콘텐츠와 단말기는 플랫폼 진가를 발휘할 협조자다. 플랫폼은 다양한 콘텐츠와 단말기를 수용하기 위해 열려 있어야 한다. 협업은 발전의 디딤돌이다. 협업에 의한 이익의 분배가 플랫폼 운영자 몫이다. 동반 성장 개념이 없는 플랫폼 사업은 지속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없다. SK플래닛의 글로벌 시장 도전장은 세계 지식정보 유통을 장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어야 한다. 한국을 넘어 세계인에게 의료, 교육, 엔터테인먼트, 통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요금 인하, 통신시장 포화, 기존 비즈니스 모델 정체 등이 직접적인 이유이나 SK플래닛 분사는 단순한 기업 효율성과 성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규모의 경제’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결정이 가능한 소프트 기업의 형태를 선택했다. 미래 생태계를 향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SKT가 못한 신규 사업 성공, 글로벌 시장 진출, 생태계 동반 성장을 실현해 우리 미래 ICT 산업의 새 모델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부잣집 신드롬’과 ‘슈퍼 갑’의 모습을 떨쳐버리고 국민이 사랑하고 함께 호흡하는 SK플래닛이 되길 진정 기원한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ece.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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