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 여러분 회사는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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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회사,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정문에서 손님을 맞는 경비원부터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까지 모두 하나같이 웃고 있다. 전화 받는 목소리도 어찌나 상냥한지 시샘이 날 정도다. 도대체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이렇게 다들 행복하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변이 더 가관이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자체가 행복입니다.”

 대한민국에도 이런 행복한 기업과 직원들이 있을까 싶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매년 선정하는 행복기업이 그 주인공. 중진공 HIT500 사이트(www.hit500.or.kr)에 소개된 ‘행복지수 1등기업’ 사례를 보면, 당장 입사하고 싶은 중소기업이 수두룩하다. 지금까지 96개 회사가 행복기업으로 뽑혔다. 올 연말까지 ‘누구나 일하고 싶은’ 행복한 중소기업 25곳이 추가로 선정된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기업 뺨치고, 대기업도 울고 갈 스몰 자이언트(Small Giant) 기업들이다.

 우수한 복지제도와 높은 급여, 그리고 미래 비전은 행복기업이 갖춰야할 외형적인 기본 요소다. 회사가 무럭무럭 자라는 만큼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많다. 개인은 물론 팀별로도 특별 성과금을 준다. 천연잔디가 깔린 정원과 잔디구장은 물론 찜질방에서 온천탕까지 사원들의 복지는 무조건 최고 사양에 맞춘다. 1년에 한 번씩 맞춤 정장을 전 직원에게 나눠주고 보약까지 지어준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 요소가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행복기업 직원들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직장 문화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 끊이지 않는 웃음과 당당한 말소리는 행복한 직원들의 특징이다. 사무실 여기저기서 사장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놀라거나 긴장하는 직원은 없다. 경영진과 직원이 수시로 만나 업무 고충은 물론 여담을 나누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권위주의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심지어 ‘꿈도 아픔도 회사와 함께’를 사훈으로 내건 행복기업도 있다.

 행복기업에서 웬만한 업무는 직원들이 전결권을 가진다. 자신이 맡은 일은 직원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진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적시적소에 판단하는 것 또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직원들의 몫이다. 사장은 직원을 믿는다. 오후 5시 30분이면 대표가 퇴근을 종용하고 다닐 정도다. 직원들이 오히려 ‘내가 경영자이고, 회사 이익이 바로 나의 이익’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는다. 업무 지시나 문서가 아닌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공감대를 만들어 간다.

 행복기업 분위기는 꿈틀꿈틀 역동적이다. 어떤 종류든 의견을 내면 3000원, 아이디어는 1만원을 준다. 제안이 늘 회사에 쌓인다. 매주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직원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행복기업은 콩나물에 물 주듯 인재를 키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사람’을 원한다. 배우겠다고 하면 뭐든 지원해준다. 북카페와 체력단련실을 갖추고 매년 10명 이상 해외연수도 다녀온다. 공부할 준비만 돼 있으면, 그 사람이 곧 인재다. 그래서 행복한 직원들은 “회사 그만 두면 나만 손해! 절대 안 나가요”라고 외친다.

 캐서린 그레햄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한다면 그보다 더 즐거운 인생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니 행복기업 직원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다. 만약, 내가 지금 일하는 회사가 행복기업이 아니라면 조금 아쉬운 일이다. 조금씩 행복하게 만들면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회사 일은 즐거울 수 없고, 그래서 행복기업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정말 불행한 사람이다.


 

 ※칼럼 내 행복기업 사례들은 ‘우리시대 행복지수 1등 기업(1·2·3권)’ 책자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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