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무한도전

 기막힌 조어다. ‘무한도전’이란 단어를 놓고 드는 생각이다. 방송사 간판 예능프로그램 제목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다. 애초에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는 것이다.

 끝없는 우주 공간을 연상케 하는 ‘무한(無限)’이라는 광활한 이미지에 ‘도전(挑戰)’이라는 공격적 의미가 더해지니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기관 등 조직에서도 빌려 쓰기 좋다.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방영 초기 제목은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이었다.

 기차를 상대로 이어달리기 경주를 할 정도였으니 당연히 도전 자체가 목적이었다. 성공은 둘째, 아니 아예 논외 대상이었다.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처럼 시장 정체 속에 위기의식이 높아진 통신업계도 최근 무한도전이 한창이다.

 통신사업자가 통화 수익만으로 고성장을 담보 받았던 것은 먼 옛날 얘기에 불과하다. 통신망이라는 파이프를 쥐고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은 지나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통신사업자의 무한도전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신생 업체 공세에 맞서기 위해 통신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가 하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나의 사업부를 떼어내 분사하기도 한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만난 벤처업계 관계자는 한 통신사 사업계획에 대해 “CEO가 계획을 밝히는 것과 사업부가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공수표’로 전락할 것을 걱정했다.

 대기업에 대한 해묵은 반감에서 나온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통신사가 도전에 성공한다면 그만큼 주변 중소기업에도 새로운 기회와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시도하는 통신사 결단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처럼 시작된 통신사의 도전이 무리한 도전, 무모한 도전을 넘어 새로운 성공신화를 쓰길 기대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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