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칼럼] 스마트패드 가격파괴의 끝엔 누가?

 ‘블랙 프라이데이’가 벌써 왔나 착각했다. 미국 전자 유통회사인 베스트바이가 최근 레노버 10.1인치 32GB, HTC와 리서치인모션(RIM)의 7인치 16GB 스마트패드 가격을 각각 170~200달러씩 내렸다. 모두 499달러였다.

 스마트패드 가격 파괴는 이미 예고됐다. 사업을 접은 HP가 지난 8월에 불을 질렀다. 499달러16GB 모델을 99달러에, 599달러 32GB 모델을 150달러에 팔았다. ‘눈물의 땡처리’다. 마구 팔렸다. HP가 소비자로부터 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환호성이다.

 아마존은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말 199.99달러 ‘킨들 파이어’를 발표했다. 생산 원가보다 10달러 싸다. 마케팅비 등을 고려하면 개당 50달러 손해라는 분석도 있다. 다음달 출시한다. 예약만 보면 연말까지 250만대 판매가 무난할 전망이다. 아마존은 HP와 달리 사업을 접는 게 아니라 더 크게 펼친다.

 스마트패드 시장은 애플 독주 체제다. 아마존이 도전한다. 그것도 파격적인 가격 공세다. 사이에 낀 업체들은 사업을 접든, 말든 헐값에 팔 수 밖에 없다. 레노버, HTC, 림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한 달 보름이나 앞두고 서둘러 값을 내린 이유다. 도시바, 에이서, 아수스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도 마찬가지다. 애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이패드3’ 출시를 늦춘 게 어쩌면 다행이다. 가격 변수까지 생겨 고민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애플이 주도한 스마트패드 시장을 앞으로 아마존이 이끌 가능성이 높다. 가격 공세 때문만이 아니다. 경쟁의 틀을 바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패드 시장은 하드웨어, 운용체계(OS), 애플리케이션(앱) 경쟁이었다. 셋 다 쥔 애플이 이기는 게임이다.

 앞으로 콘텐츠 서비스 경쟁이 펼쳐진다. 전자책, 음악, 영화, TV프로그램,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유통을 비롯한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가 본격화한다. 아마존은 모두 다 쥐었다. 그 인프라인 클라우드 서비스마저 확고하다. 애플 i클라우드도 넘기 힘든 벽이다. 아마존이 기존 스마트패드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킨들 파이어’를 내놓으면서 ‘아이패드 대항마’를 자신하는 이유다. 값싸게 마구 뿌려 세를 빨리 넓히겠다는 속셈이다. 애플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우리 업체에게도 악재다. 애플도 버거운데 이젠 아마존까지 상대해야 한다. 우리 경쟁력은 하드웨어 밖에 없다. 하드웨어 성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구글로부터 빌린 OS와 앱도 마찬가지다. 향후 스마트패드 시장 경쟁의 승부처가 아니다. ‘킨들 파이어’도 안드로이드 기반이다. 그것도 옛 버전이다. 남의 OS가 걸린다면 아마존은 아마도 매물인 HP 웹OS를 사들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은 아마존 파괴력이 당분간 북미 등 영어권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또 아마존과 애플, 구글에 대한 국내외 통신사업자 불만이 고조됐다. 통신사업자로선 이동통신망보다 와이파이망을 이용해 통신 대가를 덜 내는 스마트패드가 ‘눈엣가시’다.

 우리 스마트패드 업체들은 국내외 통신사업자와 긴밀히 협의해 저마다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품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을 접거나 헐값에 내놓는 HP, HTC, 림, 레노버 꼴을 면한다. 롱텀에볼루션(LTE) 등 4세대(G)이동통신 활용도 방법이다. 다양한 데이터서비스를 구현해 해외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한계는 뚜렷하다. 우리만의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과 생태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 업체처럼 제조 마진이나 챙기는 단순 스마트패드업체와 망만 빌려주는 빈껍데기 통신사업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답한다. 가격 파괴의 끝엔 애플이, 그 뒤에 아마존이 있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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