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도가니

 영화 ‘도가니’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장애인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3주째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면서 ‘열풍’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충격적인 내용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거세졌다. 국회의원들은 청문회에서 연일 ‘도가니’ 판결을 성토했다. 관련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됐고 문제의 학교는 폐교 조치에 들어갔다. 정부는 장애인 성폭력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으며 여야는 소위 ‘도가니 방지법’ 제정에 나섰다. ‘도가니’는 장애아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등 사회 변화를 이끈 계기를 마련했다.

 영화 한편이 단시간에 몰고 온 파장으로는 역사에 기록될만한 수준이다. 영화 때문에 실제 사건과 관련됐던 인물들도 하나둘 실체가 드러났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큰 몫을 했다.

 관련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영화 관람 후 당시 상황을 토로한 글을 올리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이어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형사도 SNS로 심경을 전달했다. 인터넷에서는 문제의 성폭력 가해자들과 사건과 관련된 법조인들에 대한 소위 ‘신상 털기’도 일어나고 있다.

 현실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 영화가 다시 현실로 당시 사건을 불러내고 있다. 영화의 원작자 공지영씨는 도가니 열풍에 대해 “이제야 사건에 관심을 갖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는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도가니는 쇠붙이를 녹일 때 사용하는 그릇을 지칭한다. 또 다른 의미로 흥분이나 감격으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할 때 사용된다. 속성은 ‘열기’를 내포한다. 흔히 도가니 앞에는 ‘흥분, 열광’ 등을 붙인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상황들은 ‘광란의 도가니’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영화 도가니를 통해 불어온 열풍으로 ‘광란’이 ‘감동’으로 바뀌는 현실을 기대해본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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