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hungry, stay foolish.’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2005년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 마지막 구절이다. 당시 그는 췌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극적으로 재기한 직후였다.
인생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다 죽음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그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전한 것은 바로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기 자신의 가능성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 열정이 실패와 좌절과 우연을 겪으며 미래의 자신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지라는 메시지였다. 그 끝에 기다리는 죽음 앞에 후회 없도록 자신을 불사르라는 충고였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살다 갔다. 전자공학에 빠져 해커 모임에서 직접 만든 컴퓨터를 자랑하던 고교 시절,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한 20세 청년 시절부터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30세 때와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모바일 시대를 우리 손끝에 가져다 준 지금까지 그는 한결같이 완벽을 갈망하며 묵묵히 걸어왔다.
그를 싫어했건 좋아했건, 그와 경쟁했건 아니었건,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인생을 바쳐 새로운 시대를 창조해 낸 그의 삶과 죽음 앞에 숙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없냐’는 말을 많이 한다. ‘한국의 잡스’를 키우기 위한 지원 정책도 만든다고 한다. 정책 자금을 풀면 스티브 잡스를 찍어낼 수 있다는 기세다. 그것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잡스는 56년 인생 전체를 완전히 던져 가며 성장한 인물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엔 집 주변 전자 회사들을 돌아다니며 반도체를 수집했고 PC 회로 기판을 납땜했으며, 수상한 전화 해커와 어울렸고 대학은 6개월 만에 중퇴했다.
이런 사람을 우리 사회가 용납할 수 있을까. 인생 전체를 걸고 ‘stay hungry, stay foolish’하게 나가도록 기다려 줄까. 이런 기다림 없이 속성으로 잡스를 ‘육성’할 수는 없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러나 우직한 삶 전체로 새로운 세계를 다시금 보여 줄 수 있는 영웅을 기다린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