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유통업계, 중국 `요우커` 몰려와도 발만 동동.

 이달 초 7만명에 달하는 중국 국경절 관광객이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주요 백화점에서 ‘싹쓸이 쇼핑’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전자제품 매장은 조용하다. 관광객 주머니를 열 ‘디지털 한류’ 대책조차 없기 때문이다.

 일주일간 계속되는 국경절이 시작된 지난 1일 이후 국내 주요 쇼핑센터는 중국 관광객(遊客·요우커)으로 넘쳐났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부터 명동거리, 롯데·신세계백화점 본점, 제주도 등이 대표적이다. 요우커들은 이곳에서 의류·화장품·명품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명품 전자제품이 즐비한 가전유통업체에 요우커들이 몰릴 법도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크기가 큰 백색가전은 잘 구매하지 않는다 해도 소형가전조차 외면받고 있다. 유통점들이 전기밥솥·디지털카메라 등 소형 가전제품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양승원 테크노마트 팀장은 “예전에는 워커힐호텔에 머무는 중국인들이 강변 테크노마트에 전자제품을 사러 많이 와 중국어 안내방송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이마트는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린 제주에만 4개가 있지만 9월 말, 10월 초 ‘요우커 효과’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전자랜드도 지난 8월 용산에 중국인 대상 전용 쇼핑몰 ‘전자성’을 열었지만 주변 백화점과 비교하면 한산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요우커를 잡기 위해서는 특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와 여행사, 관광공사 등이 손잡고 전자제품 매장을 관광 상품화하는 데 전략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여행 프로그램 중 전자제품 쇼핑을 주제로 한 것은 모두투어가 최근 전자랜드와 손잡고 개발한 ‘한국 IT 투어’가 유일하다. 여기에 전자랜드 전자성과 삼성전자 딜라이트숍 정도가 여행코스에 포함돼 있을 뿐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우리 업계가 특화제품을 개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중국 관광객을 잡으려면 휴대폰 액세서리나 가습기·제습기·LED조명 등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디지털 한류’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 마련은 물론이고 부피가 큰 상품을 배송, 통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찬수 전자랜드 이사는 “일본 아키하바라는 처음에 외국인 관광지로 개발돼 지금처럼 유명해졌는데 우리나라도 정부가 이런 사업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요우커(遊客):관광객을 뜻하는 중국어.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통상 대규모 ‘중국 관광객’을 이같이 표현하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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