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낡은 구두가 화제가 됐다. 사진작가 조세현 씨가 뒷굽이 낡아 떨어지고 헤진 박원순 후보 구두를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이 인터넷에 퍼져 나갔다.
네티즌은 “검소하며 치열한 박원순 변호사의 삶을 보여주는 구두”라며 열광했다. 이 사진은 트위터에서 끊임없이 리트윗되며 박 후보의 인지도와 호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SNS 경선, 표심 갈랐다=박원순 변호사와 민주당 박영선 의원 간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에서도 SNS는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여론조사와 배심원 평가, 시민참여 경선 결과를 합산해 후보를 결정한 이번 경선에서, 민주당은 장점인 조직력을 앞세워 시민참여 경선에서 승부를 본다는 전략이었다.
실제로 경선 초반,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자가 대거 선거장에 나오면서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오후 들어 젊은층 참여가 늘어나면서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박원순 후보 측은 트위터 생중계를 통해 ‘민주당 조직 동원이 만만치 않다’ ‘현장 분위기가 불리하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투표를 독려했고, 아이를 데려온 부부나 20대 연인 등 청년층이 투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와 소설가 공지영 씨 등도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결국 최종 투표율은 59.6%. 박원순 후보 46.31%, 박영선 후보 51.08%로 당초 예상보다 시민참여 경선의 격차를 좁히고 승리를 확정할 수 있었다.
이처럼 SNS는 투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후보자 정보를 알리는 한편, 자금과 조직력이 뒤지는 사람도 유권자에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능을 갖는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오마바 미국 대통령도 SNS 바람을 잘 활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힌다.
◇제도와 현실 괴리 크다=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SNS 등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선거일 전 180일 동안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및 반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광고, 인사장, 벽보, 그 외 유사한 것을 배포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이 대표적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작년 2월 선거와 관련해 트위터로 할 수 있는 행위와 할 수 없는 행위를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법적으로 정해진 선거운동 기간에는 예비후보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해 지지나 반대 등의 내용을 게시할 수 없다.
실제로 트위터 사용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례도 있다. ‘2MB1*no*A’란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다 유해정보로 판정돼 계정 접속 차단조치를 당한 트위터 사용자의 경우다. 그는 트위터에서 한나라당 의원 18명의 아이디를 추려 낙선운동 대상 명단을 만들었다 경찰 수사를 받았다. 선거법이 특정 개인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해 입을 막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NS는 비용 부담 없이 자신의 의견과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와 민주주의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잘못된 정보나 비방도 순식간에 퍼뜨릴 수 있고, 당사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도 하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비용이나 효과, 통제가능성 등이 전혀 다른 SNS와 벽보나 인쇄물 등 기존 선거운동 수단을 같이 취급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적절한 자율 규율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