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濠ㆍ뉴질랜드, 한국 쇠고기시장 삼국지

美, 시장탈환 재도전..濠, `守城`에 안간힘..뉴질랜드, 현상유지 총력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3개 쇠고기 주요수출국이 한국 시장을 놓고 다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수입쇠고기 시장은 지난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한 차례 큰 판도의 변화가 있었다. 이어 3년 전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이 재개되고 작년말 한국에서 구제역이 발생, 한국 쇠고기 시장에 큰 공백이 생기면서 이들 세나라가 다시 자존심을 걸고 일전에 나섬으로써 다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광우병으로 한국과의 쇠고기무역이 전면 금지되면서 한국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던 미국은 지난 2008년 쇠고기 수출재개를 계기로 점차 수출을 늘려가며 과거의 절대적 지위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한국 수입쇠고기 시장의 맹주였던 미국의 부재를 틈타 `제왕의 자리`를 차지했던 호주는 미국의 거센 도전에 맞서 `수성(守城)`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호주 두 나라에 비해 `약체`인 뉴질랜드는 `고래싸움`의 틈바구니속에서도 천혜의 토지를 기반으로 한 낮은 생산비용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농림수산식품부와 뉴질랜드 및 호주 정부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7월까지 한국에 수입된 외국산 쇠고기는 모두 17만5천763t(검역검사 합격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4만2천133t에 비해 23.7%나 늘었다. 작년말 한국에서 구제역이 발생, 한우 소비가 줄어들면서 외국산 쇠고기 수입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기세는 일단 미국이 잡았다. 올해 7월까지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6만6천121t으로 작년 같은 기간(4만9천525t)에 비해 33.5%나 증가했다. 호주도 이 기간에 8만3천513t을 수출, 작년 동기(6만8천527t)대비 21.9%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뉴질랜드도 양강(兩强)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올해 7월까지 2만4천340t의 쇠고기를 한국에 팔아, 작년 동기(2만3천311t)보다 4.4% 수출양을 증가시켜 `체면`은 세웠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7월까지 이들 3개국의 한국 수입쇠고기시장 점유율은 호주가 47.5%로 1위를 유지했고, 미국이 37.6%, 뉴질랜드는 13.8%를 차지했다.

작년 한해동안 한국 수입쇠고기 시장 점유율과 비교할 때 1위 호주는 2.2% 포인트 감소한 반면 미국은 0.7% 포인트 늘었으며, 뉴질랜드는 1.2%포인트 증가했다.

뉴질랜드 `농민연합(Federated Farmers)` 관계자는 30일 농협 해외취재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육우농장이 낙농농장으로 전환되는 등 쇠고기 산업이 위축되는 양상"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수출된 뉴질랜드 쇠고기가 늘어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수입쇠고기 시장은 지난 2003년까지만해도 미국이 완전 장악하는 듯했다.

지난 2003년 한국에 수입된 쇠고기 29만3천586t 가운데 19만9천400t이 미국산 쇠고기로 시장 점유율이 67.9%에 달했다. 호주산 쇠고기 점유율은 21.8%(6만4천109t),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8.6%(2만5천301t)였다.

하지만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금지함으로써 한국의 수입쇠고기 시장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됐고, 2006년까지 호주와 뉴질랜드가 시장을 나눠 갖게 됐다.

2006년의 경우 한국에 수입된 외국산 쇠고기 17만9천405t 가운데 호주산이 76.4%(13만7천15t), 뉴질랜드산이 22.1%(3만9천561t)를 차지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2007년부터 부분적으로 수입된 데 이어 2008년 7월 이후부터 월령 30개월 미만 쇠고기가 제한없이 수입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한국시장에서 잃어버린 영토를 급격히 회복해가고 있다.

특히 이들 세나라는 한국 쇠고기 시장 쟁탈전에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및 발효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미국은 작년 12월 추가협상까지 겹치며 협상을 마무리지은 데 이어 내년 1월 한미 FTA가 발효되도록 하기 위해 국내 비준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와 한국시장을 놓고 다투고 있는 호주는 한미 FTA가 먼저 발효될 경우 자국산 쇠고기의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며 한국과의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총리는 지난 5월 한국을 방문,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호주 수교 50주년인 올해 안에 FTA 협상을 타결짓기로 합의한 바 있다.

뉴질랜드도 작년 5월 이후 양국간 5월 이후 협상이 중단된 한-뉴질랜드 FTA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 정부는 물론 업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뉴질랜드 외교통상부는 홈페이지에서 "뉴질랜드와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상호 보완적인 경제관계로 한-뉴질랜드 FTA는 두 나라 모두에게 경제적 혜택을 줄 것"이라며 FTA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또 외교통상부는 뉴질랜드 경제조사연구소와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인용, FTA를 체결하면 2007년부터 2030년까지 뉴질랜드에는 45억달러, 한국에는 59억달러의 GDP(국내총생산)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며 조속한 체결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쇠고기 수출대국들의 한국시장 다툼이 격화되면서 한국 축산농가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뉴질랜드를 방문중인 농협 관계자는 "한국 축산업이 밀려오는 외국산 쇠고기에 맞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구제역 재발을 막는 등 방역체제를 굳건히 하고 양질의 쇠고기를 싼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축산업을 선진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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