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다. 만성적인 교통체증 문제 등 G밸리 숙원사항을 해결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던 기업인들과 지역 상공인들이 G밸리 관리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이나 지방자치단체를 제쳐두고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설 태세다.
최근 출범한 ‘G밸리 녹색산업도시추진위원회’와 가산디지털산업단지 기업인 모임인 가디컴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서명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G밸리 녹색산업도시추진위원회는 구로공단 시절 노동운동의 구심체 역할을 했던 인명진 목사를 중심으로 설립된 민간조직인데 G밸리를 ‘꿈과 희망이 살아 있는 녹색산업도시로 바꾸자’는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다.
G밸리 녹색산업도시추진위원회는 지난달부터 가산디지털 3단지~두산길 간 지하차도 건설을 위한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10만명 서명을 받아 청와대·서울시 등에 전달,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위원회는 국철 경부선 구간을 지하화하는 범시민운동도 조만간 추진할 계획이다. G밸리 교통체증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인 수출의 다리 문제를 국철 구간 지하화라는 해법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G밸리 기업인들과 녹색산업도시추진위원회가 산업단지공단이나 지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던 차원에서 벗어나 시민운동으로 선회한 것은 G밸리 숙원사항을 산업단지공단이나 서울시, 구로구, 금천구 등이 독자적으로 해결하는게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비단 교통문제뿐만이 아니다. G밸리의 현안들은 한 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딜레마에 놓여 있다. G밸리 보육시설이나 근린시설 확충 문제 역시 비슷하다. 각종 규제의 덫과 복잡한 행정 절차에 가로막혀 보육시설을 수월하게 늘릴 수 없는 게 G밸리 현실이다. 최근 청와대가 나서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 여성가족부, 산업단지공단 등 중앙 부처와 협의체를 구성해 G밸 내 보육시설 규제를 다소 완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수출의 다리 문제 역시 그간 각 기관들이 우회도로나 국철의 지하화 문제를 수차례 협의했으나 가시화된 게 없다. 지난해 가산디지털단지 기업인 모임인 ‘가디컴’이 안형환 의원실과 공동으로 G밸리 인프라 개선 토론회를 벌이면서 국철 구간의 지하화 문제를 논의했으나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G밸리와 인접한 서부간선도로에 램프 하나 내는 것도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앙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난달 서남권 7개 구청장이 모여 국철 구간의 지하화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문제도 결국 중앙 부처나 정치권이 움직여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기 위한 대안으로 ‘서명운동’이란 해법이 부각됐다. 지자체도 시민운동의 힘을 빌어 지역 현안을 풀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전국에 산재한 산업단지의 현안들이 하나 둘이 아니텐데 제도적으로 또는 행정적으로 풀 수 있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