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전기통신사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 시행된다. 이 법의 개정 목적은 불법 콘텐츠 및 음란물 유통을 근절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다.
주요 내용은 웹하드나 P2P서비스 사업자(특수유형의 OSP사업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과 저작권법 등 관련 법령 위반으로 3회 이상 과태료 처분사업자에 대해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삼진아웃제다.
지난 2~3년간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은 중요한 경험을 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자율규제를 통한 다양한 자정 노력이 있었고, 그 성과도 분명히 있었다. 저작권자들과 콘텐츠 유통업체들이 합법화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온라인 다운로드 부가 시장이 성장했고, 이용자들의 건전한 저작권 문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여전히 불법복제는 성행하고 있다. 그 불법의 원인은 무엇인가? 병의 원인에 따라 처방과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원인 파악과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은 매우 중요하다. 불법복제는 정품가격과 불법복제 비용간의 차이, 복제의 용이성, 콘텐츠의 최신성, 복제의 품질, 복제자의 소득·연령 등 다양한 요소에 기인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불법 콘텐츠의 이용은 기존의 웹하드 서비스 탓이라고 몰아붙인다. 더욱이 불법 복제 환경의 일면만을 강조하면서 P2P나 웹하드 사업자 단속에 나서는 것은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정부규제를 지양하고 민간의 자율규제를 권장하는 추세에도 역행한다. 또 저작권자, 유통업자, 사용자들이 스스로 자정능력을 배양하고 극대화시켜 나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등록제 도입을 통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등록제만이 불법복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정보의 복제나 콘텐츠의 조작·변경이 용이하고, 초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대용량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으며, 유통의 범위가 국가단위를 초월하므로 불법복제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시장 위축도 고려해야 한다. 포털사이트 등 일반 OSP도 공유형 웹스토리지 서비스 또는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대부분 웹하드와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법적용의 형평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새로운 부가시장의 위축은 명약관화하다.
변칙적 폐해의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불법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지속되는 한 콘텐츠의 불법유통에 대한 근본적 정화는 어렵다. 최근에는 업로더들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시간이나 다운로드 횟수를 미리 정해놓고 콘텐츠를 내려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온라인 ‘떴다방’ 등의 변칙이 등장하는 것처럼 풍선효과로 인한 폐해가 늘어날 수 있다. 그 동안 진행된 자정노력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기술 환경의 변화도 감안해야 한다. 이미 지금은 스마트폰 등으로 콘텐츠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불법 콘텐츠의 유통경로도 P2P, 웹하드 등에서 토렌트(디지털 파일을 인터넷 상에 분산 저장, 다수 접속을 통해 공유하는 P2P)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기술적 환경 속에서 이용자의 이용형태 변화와 동떨어진 ‘웹하드 등록제’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불법복제의 가능성과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지한 고민 없이 단편적 처방에 지나지 않는 웹하드 등록제 도입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충주대학교 법학과 백승흠 교수(법학과장) bshk@c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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