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과 중국의 교역규모가 사상최대인 30억달러를 넘었다. 남북이 막히면서 북중은 더 열리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이 중국에서 가져오는 것은 주로 생필품이다. 반면 중국으로 보내지는 것은 철광석, 석탄 등 지하자원이다. 북한은 에너지 사정이 긴박함에도 석탄 수출량이 전년 대비 30% 정도 늘었다. 이는 북한이 어려운 외환 사정을 지하자원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국가자원개발지도국을 국가자원개발성으로 승격시켰다. 국가 차원에서 지하자원 개발과 수출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현재 남한은 금속광물 자급률이 1% 정도인 자원빈국이다.
하지만 북한에는 많은 광물자원이 있다. 석탄과 철광석, 석회석 외에 몰리브덴, 아연 등 다양한 비철금속들을 갖고 있다. 특히 경량 신소재로 각광 받고 있는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60억 톤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세계에서 제일 많은 양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붐이 일면서 가치가 더욱 높아진 우라늄도 북한이 매장량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 발전을 위한 투자 유치 시 그 대가로 주거나, 또 공산품을 받고 보상무역으로 줄 수 있는 것이 북한에서는 지하자원이 거의 유일하다. 반면 중국은 경제 성장으로 광물자원의 수요가 늘어나 세계적으로 지하자원 확보에 혈안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중국이 이달 중 북한의 지하자원에 관한 공동 개발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함경남도 무산광산, 양강도 혜산 구리광산에 대한 장기(25년 또는 50년) 채굴권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 채굴권을 가져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하자원 확보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이번 북중간 정부 차원 협정은 이를 가속화할 것이다. 북한의 최대 지하자원 매장지인 무산광산을 중국이 선점한 상황에서 희토류까지 포함되게 되면 북한의 중국 예속화는 더욱 심화된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광산 채굴권과 관련해 변변한 접근이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와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이 무산광산, 단천광산 등의 자원 개발을 추진했지만 대북 경협이 전면 중단되면서 차질을 빚었다. 대신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IT 및 첨단산업의 필수 원료 소재인 희토류 확보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치열히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 추진이 필요하지만 민간기업의 북한 희토류 개발 건도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북한 경제 자체는 물론이고 하나 된 남북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사실 북한 경제가 중국 때문에 숨통이 트인 것은 맞다. 중국의 투자가 있었기에 북한의 광산 채굴 능력이 늘어났고, 공장 가동률도 높아졌다. 하지만 부가가치화하지 못한 지하자원 유출은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지하자원을 고갈시키는 등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우리로서도 강건너 불구경 할 일이 아니다. 자원 무기화는 이 시대의 글로벌 키워드로 피해갈 수 없다. 경제난을 타결하기 위해 광산을 내주며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북한을 이대로 더 이상 내버려둬선 안 된다. 북한의 지하자원을 중국이 싹쓸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자원개발이라도 남북 경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선별적 조치가 필요하다.
최현규 KISTI 정보서비스실장
hkchoi@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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