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으로 중국 긴축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금리인상과 통화 절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국인 매도가 커졌다. 여기에 10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외국인 이탈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9일 코스피는 자동차ㆍ조선(3.15%) 기계(2.46%) 화학(1.85%) 등 중국 관련 수혜주로 분류됐던 업종이 급락하면서 1.17%(24.12포인트) 내린 2045.58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올해 들어 최저치다.
◆금리인상에 먹구름=전날 중국 정부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이 급락의 단초가 됐다. 작년 10월 이후 세 번째 금리인상이다.
중국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두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의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아시아 신흥국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장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인상은 위안화와 원화 등 아시아 통화 절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국가의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뿐 아니라 환율까지 절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통화가 인플레이션 전쟁에 동참했다"며 달러당 원화값이 5~20%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본부장은 "하반기까지 원화가 10% 절상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고금리ㆍ고환율ㆍ고물가 등 3고(高) 현상이 심해져 3분기부터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 밑으로 가면 수출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현대차(2.76%) 현대모비스(2.52%) 기아차(2.99%) 대우조선해양(3.93%) 삼성중공업(6.38%) 등 자동차ㆍ조선주가 급락했다. 기계(2.46%) 화학(1.85%) 등 중국 관련주도 약세를 보였다.
원화값 강세 전망은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겼다. 김성봉 삼성증권 팀장은 "작년 9월부터 5개월 연속 올라 부담이 있던 차에 중국 금리인상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은 4765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탈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도 대만과 우리나라만 외국인 자금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이날 매도로 우리나라 외국인 순매수는 3500억원 순매도로 바뀌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시장금리(국고채 10년물)가 작년 10월 2.4%대에서 넉 달 만에 3.7%대로 가파르게 올랐다"며 "미국 금리 상승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턴하면서 유동성 총량이 줄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신흥시장 펀드 유출 규모가 3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며 "조정 압력이 있었는데 중국 금리인상으로 외국인 매도가 이어져 낙폭이 컸다"고 말했다.
10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외국인이 현물과 함께 선물 매도 물량(약 4443계약)을 늘린 것도 코스피 하락을 부채질했다.
◆주식 살 절호의 기회?=아시아 국가의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통화 절상이 상승 국면에 있는 증시 흐름을 꺾을 만한 악재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흐름을 보면 원화값이 강세면 주가 역시 강세를 보여왔다"며 "수출 기업에 악재가 되려면 나홀로 환율 강세가 돼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900원대였던 2007년 지수가 2000을 넘겼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옆걸음질을 치던 증시의 낙폭이 커진 만큼 단기적인 조정에 대비해야 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이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2년 동안 50조원 넘게 순매수한 외국인 가운데 10%(5조원) 정도가 차익실현을 한다면 지수는 2000 밑으로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조정은 저가 매수 기회일까.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홍콩에서 만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비중을 늘리고 싶지만 코스피가 높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조정을 받아 코스피가 2000 정도로 떨어지면 전략상 외국인과 연기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단기적으로 외국인이 매수를 줄이고 있어 이달에는 조정 국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3월부터는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돼 고점 대비 5%인 2000~2200 정도면 주식 매수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원화 강세는 섹터(업종)별로 득실이 분명한 만큼 감안할 필요가 있다. 김성봉 팀장은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 내수주, 특히 금융주 선호로 전략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도는 가격 부담으로 사기 힘들었던 대형주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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