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남귤북지(南橘北枳)

 옛날 중국 회하(淮河) 이북에는 귤나무가 없었다. 이에 어떤 사람이 남쪽에서 귤 묘목을 얻어와 옮겨 심었다. 그런데 몇 년 후에 보니 달고 맛있는 귤이 열려야 할 나무에 작고 신 탱자가 열렸다. 주례(周禮) 고공기(考工記)에 실려 있는 얘기다.

 이같은 얘기는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속담으로도 전해온다. 춘추시대 말기 제(齊)나라에 안영이라는 유명한 재상이 있었다. 공자가 형님처럼 대했을 정도로 지혜와 정략이 뛰어난 인물이라 전해진다. 어느 해 초나라 영왕이 그를 시기해 사신으로 방문한 그 앞에 도둑질을 하다 잡힌 죄인을 불러 놓고 물었다.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 죄인은 “제나라 사람”이라고 답했다. 영왕은 안영을 바라보며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하는 모양이군”이라며 비웃듯 말했다. 그러자 안영은 “강 남쪽의 귤을 강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는 것은 토질 때문입니다. 저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도둑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는데,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한 것을 보면 초나라의 풍토가 좋지 않은 때문인가 봅니다”고 받아쳤다. 이에 영왕은 안영에게 항복을 하고, 크게 잔치를 열어 환대했다고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자체들 간의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심지어 과학벨트를 쪼개서 나누자는 얘기도 나온다. 점점 과학기술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우리의 기초과학 연구를 세계 정상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대학이나 연구시설 및 산업단지 등이 인접해 있어 연구 및 산업화로 이어갈 수 있는 연계성이 높아야 한다. 또 우수한 연구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정주여건과 접근성도 우수해야 한다. 이밖에도 과학벨트가 제기능을 다해 우리 기초과학의 100년을 이끌어갈 원동력이 되도록 하려면 다양한 조건과 환경을 갖춰야 한다. 이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바로 과학벨트를 꾸려갈 과학자들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밸트가 신 탱자가 되지 않고 단 귤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풍토와 환경을 만나야 한다. 지금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할 때다.

수원=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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