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빅뱅`, 스마트 라이프 시대]<1> 프롤로그

 세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스마트’해졌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한 스마트 물결이 1년 만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과연 한순간에 갑자기 세상이 똑똑해졌을까. 우연은 없는 법이다. 스마트 혁명의 진짜 원동력은 따지고 보면 수십년 동안 쌓아온 디지털 기술과 IT였다. 지난해 불붙은 ‘스마트 빅뱅’은 라이프스타일과 비즈니스 방식, 나아가 사회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에 전자신문은 사회·문화·산업 곳곳에서 일어나는 스마트 빅뱅 현장을 찾아갈 계획이다. 아울러 스마트화가 가져올 생활과 비즈니스의 변화상, 스마트 강국을 위한 과제 등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프롤로그> 스마트 빅뱅 원동력 ‘IT’

 지난 9일(현지시각) 폐막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1’ 현장. 시장 흐름과 제품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올해 최대 관심거리는 스마트 제품이었다. 전시 참가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인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스마트TV·스마트폰·스마트패드를 보려는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LG부스도 마찬가지다. 원격으로 세탁물 상태와 자가 진단이 가능한 스마트 세탁기는 전시 기간 내내 화젯거리였다.

 시스코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들 스마트한 제품을 연동한 ‘비디오 스케이프’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 마련한 시연 룸에서는 소파에 앉아 디지털TV로 미국 프로농구 ‘보스턴 셀틱스’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여 주었다. 이어 아이패드에서도 생생한 현장을 생중계했다. 다시 스마트폰으로 같은 경기가 이어졌다. 중간 중간에 보스턴 주전의 활약을 담은 하이라이트도 페이스북에 올라와 TV로 만끽했다. 실시간 서비스였지만 TV에서 스마트패드, 다시 스마트폰으로 전혀 동영상의 끊김이 없었다.

 스마트한 세상이 열렸다. 사회 곳곳이 스마트 열풍이다. 스마트는 산업과 사회의 흐름을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스마트 담론은 스마트폰이 시작이었지만 이제는 단말기 수준을 넘어섰다. 스마트 물결은 생활과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똑똑함을 뜻하는 스마트는 단말·장치·시스템의 ‘정보처리 능력’이 무한대로 커졌음을 의미한다. 덕분에 ‘멍텅구리’로 불렸던 전자 제품에도 지능(Intelligent)이 생겼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일반폰과 구분해 ‘스마트’라는 용어를 붙인 데는 컴퓨터에 대적할 만한 기능과 앱이라는 똑똑한 서비스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를 함축한다. 하나는 스마트 빅뱅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빅뱅에 불을 댕긴 건 스마트폰이지만 여기에는 그동안 축적한 네트워크·디지털·IT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기간 차곡차곡 쌓아온 기술 진화 결과가 컨버전스, 이어 스마트라는 단어로 승화한 것이다. 한마디로 스마트 빅뱅을 불러일으킨 데는 IT가 그만큼 저변화(유비쿼터스)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스마트빅뱅은 이제 단순한 제품과 서비스 진화 수준이 아니다. 생활과 경영·비즈니스, 나아가 사회와 문화시스템까지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스마트폰을 써 본 사람은 “휴대폰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스타일을 경험한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같이 생활하는 ‘스마트족’이 생겨나고 있다. 스마트화는 단순히 좋은 기능과 스펙을 가진 제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TV·스마트가전·스마트패드 등 다양한 스마트한 제품이 일반화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라이프는 제품·시스템·프로세스에 지능이 부여되고 서로 끊김 없이 연동되는 네트워크가 있어야 가능하다. 휴대폰·자동차·가전과 같이 우리가 늘 접하는 제품, 여기에 도로·전력·교량 등 사회 인프라가 하나로 통합하면서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는 채널이 만들어져야 한다. 한마디로 하드웨어 영역의 유비쿼터스 실현이 전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영역이 소프트웨어다. 조직 시스템이나 업무 프로세스 같은 것은 영역이 스마트해져야 한다. 이들 두 개 영역이 함께 스마트화해야 세상 전체가 스마트해지는 셈이다.

 서울시에서 구축 중인 첨단 교통시스템이 좋은 사례다. 교통시스템은 버스 정류장에서 볼 수 있는 버스정보 안내 단말기다. 이 서비스는 화면과 음성으로 노선별 버스 도착 시각을 안내해준다. 버스에 GPS수신기와 무선통신 장치를 설치해 버스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전자’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어 데이터를 모아 버스 위치, 운행 상태, 운행 간격, 도착 예정시각과 같은 정보를 시민·운수회사·버스기사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IT의 힘’이다. 이 결과 서비스 덕분에 무작정 버스를 기다려야만 하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게 됐다. 생활을 ‘180도’ 바꾼 것이다. 결국 스마트 물결은 우리 생활이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워크’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1인당 노동시간은 OECD 평균보다 1.3배 길지만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대면 중심의 조직 문화가 업무 비효율을 초래한 것이다. 저출산·육아 문제가 불거졌고 국내 여성 고용률은 20대 후반 65%에서 30대 초반에는 50%로 뚝 떨어졌다. 심각한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26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5년까지 IT기반 원격 업무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워크 센터를 구축 중이다. 정부가 자신 있게 스마트워크 센터를 구축할 수 있는 것도 IT 인프라 덕분이었다. 결국 스마트워크는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고 이는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스마트 빅뱅이 불러올 변화의 모습이다.

 올해는 누가 뭐래도 스마트 빅뱅 원년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스마트TV 등이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하면서 사회와 산업 전반을 바꾸는 ‘스마트 컨버전스’ 해가 될 것으로 낙관한다. 당장 우리나라도 스마트폰 1650만대, 스마트패드 160만대, 스마트TV 60만대 등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가 보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무선 네트워크 기반이 갖춰지고 각종 컨버전스 서비스가 시작하면 스마트 기기의 활용도 더욱 극대화할 전망이다. 4세대 통신망과 와이파이 등 무선랜 인프라가 확충되고 풍부한 앱과 소셜미디어, 소셜커머스 등 콘텐츠가 뒷받침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게 분명하다.

 스마트 혁명은 분명 우리에게 기회다. 대전환기를 맞아 IT강국에서 스마트 강국으로 커나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스마트 사회의 대전제가 한마디로 IT 역량이기 때문이다. IT를 바탕으로 스마트 인프라를 구축하고, 스마트 디바이스부터 스마트워크, 스마트비즈니스, 스마트정부를 구현한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삶 자체가 스마트해질 수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스마트 열풍은 대한민국의 위기이자 기회”라며 “IT산업 흥망의 분수령은 올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스마트 강국을 위한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스마트 시대에는 혼자 잘하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잘할 때 시너지를 올릴 수 있다. 스마트 사회에서는 원하는 인재상도 다르다. 근면성과 성실함보다는 도전 정신과 창의성이 전제 조건이다. 그만큼 사람도 똑똑해져야 한다. 21세기 메가트렌드로 떠오른 스마트 혁명,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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