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튬전지 규제강화 진퇴 양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리튬이온전지 항공운송 규제 강화안 도입을 검토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의 반대에 부딪혀 항공 안전과 무역 이익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한국, 이스라엘 등은 이미 지난 3월과 6월 세계무역기구(WTO)에 리튬전지에 대한 세부적인 규제 내용을 포함하는 항공운송 규제 강화안에 반대한 바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로비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리튬전지는 합선을 일으켜 불이 날 수 있으며 미 당국의 실험결과 리튬전지 불은 매우 뜨겁고 진압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전자기기를 싣고 가던 세계적인 물류업체 UPS의 화물기가 두바이에서 추락해 기장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숨지기 직전 화물칸에서 화재가 일어났는데 연기가 너무 심해 계기판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보고해 리튬전지가 화재를 일으켰거나 악화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리튬전지는 휴대전화, 노트북, 의료기기, 전기차 배터리 등 각종 IT기기에 사용되는데 한국 등은 규제가 강화되면 매년 수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규제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의료기기 가격을 5%가량 올리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으며 일본은 자국 전지 업계에 매년 1억달러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 교통부는 규제강화에 따라 매년 900만달러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데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규제안 도입을 최종 결정하는 곳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으로 OMB 관계자들은 지난달 한국 및 일본 대표들과 이미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 러후드 교통장관은 "우리는 안전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어떤 사람들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마이클 무어 조지 워싱턴대 경제학 교수는 안전수요와 무역 이익 간 균형을 잡기가 늘 쉽지 않다면서 "분별 있는 정부라면 당연히 교역 대상국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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