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뜬구름으로 치부되던 ‘클라우드 컴퓨팅’이 올해 국내에서도 차세대 IT 패러다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IT서비스 분야의 대표적 기업들이 지난해 시범사업에 머물렀던 클라우드 관련 사업을 올해를 기점으로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고, 클라우드 서비스도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 전략도 한층 구체화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실질적인 투자가 이어져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반 기업뿐 아니라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적극 나서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시대로의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가트너·포레스터리서치·IDC 등 해외 유명 리서치회사와 주요 언론들이 전략기술로 지목하며 흥행을 이끌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비즈니스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유연하고 현실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려 섞인 눈길도 여전하다. 명확한 서비스 요금이나 서비스수준협약(SLA), 데이터 보안 문제 등의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고, 클라우드 서비스의 생태계 구축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다. 올해는 이러한 부문에 대한 고민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와 노력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국내에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대중화 원년…모바일과 결합 추세=KT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서버 및 스토리지 등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IaaS ‘유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CS)’를 선보였다. 주목할 점은 베타서비스를 신청한 참여자 중 기업고객뿐 아니라 일반 개인사용자들이 30%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반 기업뿐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을 방증해준다.
올해는 통신업체들이나 IT 서비스 업체들로부터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도입 규모나 형태는 제각각이겠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에 손 내미는 기업과 개인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해를 기점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대중화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대중화를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모바일 기기에서 활용하고자 하거나 다양한 콘텐츠 저장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올해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 간 결합이 확산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올해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를 통한 모바일 오피스 환경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통신서비스 사업자와 대기업 IT서비스 업체들은 물론이고 국산 SW 업체와 컨설팅 업계까지 모든 IT관련 업체들이 클라우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업체 중에서도 통신사업자들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지목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IT서비스 업체들은 내부 그룹사에 적용하기 위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에 통신서비스사업자들은 대외 고객을 위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새롭게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성하는 등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도 KT는 국내 업체 중 클라우드 관련 사업에 지금까지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곳이다. 지난해까지는 천안에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집중 투자했으며, 올해도 클라우드 사업에 무려 20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다양화…클라우드 브로커도 등장=관련 업체들의 서비스 출시 경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클라우스 서비스 상품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비스로서 인프라스트럭처(IaaS)가 주를 이뤘지만 올해부터는 서비스로서 소프트웨어(SaaS)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다.
KT는 서비스로서 데이터베이스(DaaS), 가상데스크톱 인프라스트럭처(VDI) 서비스 등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며, MS와 함께 오피스365 서비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SK텔레콤도 SaaS에 초점을 둬 서비스를 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룹웨어,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등을 국내 업체들과 협력해 SaaS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올해 SaaS 개발과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 등에 25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한국MS와 공동으로 SMB 산업별로 최적화된 ERP 및 SaaS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IT서비스 업체는 대부분이 IaaS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부각될 서비스로는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가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클라우드 서비스다. 하이브리드형 클라우드 서비스로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내에서 특정 기업만을 위한 전용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지원해 주는 가상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랜디 바이어스 클라우드 스케일링 CEO는 “가상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우려되는 보안 등의 문제를 해소시켜준다”며 “해외뿐 아니라 한국시장에서도 가상 프라이빗 클라우드가 초기 퍼블릭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이며 올해부터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KT·LG유플러스 등은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이러한 맞춤형 고객 서비스를 위한 요금제를 별도로 마련해 소개하기도 했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 브로커(CSB)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CSB는 기업의 비즈니스 요구와 환경에 맞춰 적절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안해주고, 이를 직접 구현, 관리해주는 역할이다. 가트너는 2015년에는 CSB가 가장 큰 매출 성장을 일으킬 것이고, 클라우드 서비스의 20%는 CSB를 통해 소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BT·AT&T·버라이어존·텔스트라 등이 CSB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이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 다양한 사업자들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BS의 역할 자체가 단순히 최적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운영 및 관리까지 전담하기 때문에 고도화 전문기술 지식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CSB가 탄생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안, 더 이상 장애 아냐…CIO 역할도 변화=국내 시장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됐던 보안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닌 서비스 도입의 촉진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지난 몇 년간 클라우드 보안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오히려 클라우드 형태의 다양한 보안 서비스가 출시되는 등 클라우드 환경 내에서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대에 맞춰 새로운 인증 방안과 사기 방지 기능, 계정 및 권한관리(IAM) 기능 등을 전문 업체들이 보다 진보된 보안 기능으로 내놓고 있다. 또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수십명의 보안 전문가들을 두고, 일반 기업들이 그동안 해오지 못한 수준의 높은 보안 수준을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안에 더욱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KT가 서버자동복구, 데이터센터노드이중화, 재해복구(DR)서비스, 파이어월 기능 등의 보안 관련 서비스를 올 하반기 부가 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대가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IO는 시스템 운영 및 기술 도입을 담당하는 역할이 아닌 모든 IT자원과 관련 공급망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역할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업의 요구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클라우드 서비스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더 많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장동인 미래읽기컨설팅 대표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대에선 CIO 자신이 비즈니스 전략가로 변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IT 청사진을 바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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