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성만영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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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이공계 위기`라는 건 오해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공계를 졸업하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거나, 임금을 적게 받는다거나…. 실제로 어떤지만 알려줘도 이공계 기피 현상은 줄어들 겁니다.”

지난달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장으로 부임한 성만영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이공계 기피 현상`을 이공계의 비전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공계의 비전을 학생에게 알리기 위해서 성 학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학부 교육이다. 그가 학부에서 개설한 수업은 많은 과제와 `짠물` 학점 등 까다롭기로 공대 내에서도 유명하다. 하지만 매 학기마다 많은 학생들이 찾는다. 성 학장은 “아마 내 수업을 통해 공부를 많이 하면서 미래의 비전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나라 대학가에서 교육의 기능은 아직 연구에 비해 많이 무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아무리 잘 가르쳐도 SCI논문 한 편에 못 비기는 교수실적평가만 봐도 그렇다. 교수로선 연구에 쏠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국가 과제도 `인력 양성`보단 연구에 주로 지원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성 학장은 또 “언론에서도 교육이 중요하다 말들 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대학평가 등에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성 학장은 단순한 `순환보직`으로 학장을 맡고 있지 않다. 고려대가 지난해 말부터 시행한 `단과대학 자율예산제`를 통해, 공과대학의 예산을 배분하고 집행하는 권한이 그의 손에 맡겨졌다. 그는 “덕분에 일거리는 배로 늘어났다”면서도 “과거에는 학교 본부에서 각 과에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과의 사정을 잘 아는 학장에게 예산권을 맡긴 것이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과에 더 지원하는 등의 경쟁체제 도입이 가능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학장은 앞으로 임기동안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을 다른 어떤 대학의 공대 못지않은 명문으로 키워낸다는 목표다. 지리적으로 가까이에 이웃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손을 잡고 총 32명의 교수진을 꾸려 미래 먹을거리인 녹색 분야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그린스쿨)을 만든 것도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다.

그는 “사실 공대 입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내실 있는 교육과 비전 제시를 통해 누구보다 훌륭한 인재 양성에 매진할 것”이라 밝혔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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