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나로호 발사 성공과 겨레의 웅비

Photo Image
이은우 국립중앙과학관장 uwlee@mest.go.kr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발사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지 이제 9개월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나로호는 9일이면 다시 한 번 우주로의 진출 완성에 도전하게 된다.

 사실 우주 진출은 오래 전부터 인간의 숙원이자 풀어야 할 숙제였다. 그 옛날 인류의 조상들과, 세계의 많은 종족들은 모두 하나 같이 하늘을 외경하고 숭상하며, 하늘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생활해 왔다. 우리 겨레 또한 그 시작을 하늘에 두었으며, 곰과 호랑이로 대표되는 토템 신앙과의 결부를 통해 그 정통성을 찾고자 했다.

 일연(一然)의 ‘삼국유사(三國遺事) 기이편(紀異篇)’에 나오는 단군신화를 보면 우리의 시조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제(天帝), 즉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과 곰이 변신한 여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왕검이었다. 이렇듯 하느님과 웅녀의 자손인 우리 겨레와 곰이라고 하는 동물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우리 겨레의 영산인 백두산을 우리가 만든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2호로 찍은 사진을 보면 천지의 모양이 마치 곰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하 깊숙한 땅굴에서 100일을 마늘과 쑥만 먹고 견디어 낸 웅녀가 땅위로 솟구친 흔적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곰의 형상이 바라보는 쪽이 한반도의 함경도 방향이고, 이는 마치 가장 높은 곳에서 그 옛날 자신의 후손이 대대로 잘살고 있는지를 굽어 살펴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또 하나, 곰과 함께 단군신화에 나오는 호랑이는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한반도의 지도를 형상화하고 있다. 우리들에게 새해 해돋이 장소로 유명한 곳인 경북 포항의 호미곶이라는 지명은 바로 그 지도에서 호랑이 꼬리 부분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한반도를 호랑이에 비유한 지도를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최남선이었다. 그는 국민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1908년 11월 창간된 ‘소년’이라는 잡지에, ‘맹호가 발을 들고 대륙을 향해 나는 듯 뛰는 듯 생기 있게 할퀴며 달려드는 모양’이라고 설명하며 ‘호랑이 한반도’ 지도를 실었다.

 이 지도는 1903년 일본의 지리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가 한반도를 토끼 모양으로 그려놓고 중국 대륙을 향해 뛰어가려는 형상이라고 설명한 것을 보기 좋게 뒤집은 것으로, 우리 겨레를 나약한 토끼가 아니라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 백수의 왕 호랑이로 인식한 것이었다.

 이처럼 그 옛날 신화 속에서 존재했던 곰과 호랑이는 아직도 우리 겨레의 삶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어쩌면 우리의 인공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되는 천지의 곰과 한반도의 호랑이 모습은 단군신화에 곰과 호랑이로 투영된 우리 겨레의 우주와 하늘에 대한 관념이 땅에 투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하느님의 자손이자 대륙을 향해 웅비하는 용맹한 호랑이인 우리 겨레는 신화 속 우리 조상인 곰의 보살핌과 기운을 받으며 하늘나라로 그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로의 첫 출발을 알려주는 나로호 발사가, 그 옛날 하늘나라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4343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 넘은 지금, 우리 겨레의 염원을 듬뿍 담아 성공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우리 겨레의 새로운 우주 개척의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은우 국립중앙과학관장 uwlee@mest.g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