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업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고객이 원하는 곳에 전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SCM)를 위해 정확한 수요예측 수행 역량 확보를 최우선 선결조건으로 여긴다. 그 중에서도 제품의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전자산업의 경우는 그 중요도가 더욱 배가된다. 특히 기존에 1년 이상 걸리던 신제품 출시주기가 최근 2∼3개월 정도로 급속도로 짧아지면서 잘 팔리는 제품은 결품이 증가하게 되고 판매가 부진한 제품은 재고가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전자산업의 수요관리 체계는 시장 실수요 기반의 수요관리 체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그렇다면 실수요 기반의 수요관리 체계가 기존의 수요관리 체계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기존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있을까. 실수요 기반 수요관리 체계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수요예측 수행 기준을 실수요 기반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둘째는 실수요 기반의 수요예측과 내부 공급망 관리 (SCM) 프로세스와의 동기화이며, 셋째는 실수요 데이터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첫째, 수요예측 수행 기준을 실수요 기반으로 변환한다.
기존의 대다수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수요예측은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출고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이 경우 제조업체의 수요예측(Sell-In Forecast)이 실제 시장에서의 판매(Sell-thru)와는 시점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를 적기에 감지하지 못함으로써 과다한 유통재고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과다한 유통재고는 제품 정가 인하 및 가격 보호로 인해 마진을 하락시키고 유통재고 처분을 위해 신제품 출시를 지연시켜 결과적으로 시장점유율 하락을 유발하게 된다.
AMR리서치가 2006년 북미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수요 변화를 감지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조사했는데, 실제로 43% 이상의 기업이 실수요 변화 감지에 3주 이상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시장에서 판매가 급증 또는 급감하더라도 그 변화에 대해서 감지하고 수요예측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은 3주 뒤인 것이다. 그 수요예측 변화치를 공급계획에까지 반영하는 데에는 구조적으로 최소 1달 이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시장 수요 변동을 적기에 감지해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적기 대응체제 확보를 위해서는 실수요 기반의 수요예측(Sell-thru Forecast) 체계로의 기준 변환이 필수 불가결하다. 이는 2000년 초 많은 제조업체들이 공급망 관리체제(SCM) 구축을 통해서 월 단위 계획체제를 주 단위로 계획체제로 바꿨던 것과 같을 정도로 모든 연계 프로세스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유통정보(Channel PSI)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실수요 기반의 수요예측과 내부 공급망 관리 프로세스를 동기화시킨다.
실수요 기반으로 시장의 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실수요 기반 수요예측 체계(Sell-thru Forecast)가 갖춰지면, 그것을 바탕으로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내부 공급망 관리 프로세스와 동기화시켜야 한다. 동기화 방법은 실수요가 발생한 곳(유통사 또는 매장) 기준으로 공급 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지점까지 공급이 실행될 수 있도록 공급망 관리 운영 기준을 변경시키는 방법이 원칙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통채널의 구매주문을 제조업체의 공급계획을 기반으로 상호 협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프로세스를 상호 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벤더중심재고(VMI) 등과 같이 제조업체 책임하에 유통채널에 직접 공급하는 체제로의 전환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셋째, 실수요 데이터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
실수요 기반으로 수립된 계획이 그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유통채널의 재고가 정해진 목표치를 넘어선다면 유통채널로의 공급량을 줄이거나 프로모션 등 마케팅 정책을 통해서 판매를 증진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특정 유통사에서 결품이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전체적으로 유통사가 적정재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급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다.
그림은 실수요 기반으로 수요관리 체계를 전환함으로써 불필요하게 발생했던 재고를 제거하고 시장변화에 적기 대응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된 한 회사의 사례이다. 왼쪽 그림은 제조업체의 수요예측(Sell-In Forecast)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경우로 실판매(Sell-thru) 트렌드와 불일치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유통재고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그림은 실수요 기반의 수요예측 적용 이후로서 제조업체의 수요예측(Sell-In Forecast)과 실판매(Sell-thru) 트렌드가 일치함으로써 낮은 수준의 유통재고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망 운영의 선진기업들은 이미 실수요 기반의 수요관리 체계를 채택해서 근본적인 공급망 프로세스 운영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동시에 시장점유율의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이제 실수요 기반의 수요관리 체계를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공급망 운영으로의 도약을 꾀하는 기업들은 본 기고에서 언급한 내용들도 고려해서 오늘날의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
AT커니 이기형 이사
이기형 AT커니 이사는
이기형 이사는 10년 이상을 하이테크, 반도체, 철강, 자동차, 제지 업종에서 SCM 전략, 프로세스와 시스템 디자인, 프로세스 혁식과 변화관리 등의 컨설팅 업무를 담당해왔다. 주요 프로젝트 수행 경험으로는 전자업체 셀 아웃(Sell-out) 기반 중장기 수요예측 프로젝트, 전자업체 통합공급계획 프로젝트, 화학업체 SCM 마스터 플랜 프로젝트, 자동차업체 Global Demand Supply Match 프로젝트, 철강 및 전자업체 판매운영관리(Sales&Operations Management) 프로젝트, 반도체 업체 재고 최적화(Inventory Optimization) 프로젝트 등이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Sell-In과 Sell-thru 동기화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