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 제조산업은 저임금 국가의 도전을 받고 있다. 지속적인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공정의 효율화, 새로운 서비스와 신시장의 창출이 필수다. 바로 전통 제조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SW와 SW공학으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SW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환경과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SW발주·관리 전문성이 부족해 비효율적인 헤드카운트 방식의 사업관리가 관행처럼 돼 있고, SW품질비용이라는 용어를 생소해할 만큼 SW의 품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지 못하는 등 SW를 잘 개발할 수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과 대한민국 SW기업의 개발 능력 혁신을 위해 SW공학센터가 설립됐다. SW기업의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시장으로 진출해 국가를 대표하는 SW기업과 SW개발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첫 단추다. 그렇게 되기 위한 최우선 당면과제는 SW품질의 인식 전환이다. SW품질의 문제는 기업과 사용자의 위치에서 고려돼야 한다.
SW기업 측에서 SW품질은 비용이다. 시장(발주자·사용자 등)이 제품의 품질을 요구하지 않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기업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제품품질을 높이는 궁극적인 수단은 SW의 품질을 요구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이나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SW제품을 테스트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1∼2년의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는 기업들의 경험담을 자주 듣는다. SW의 품질은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의한 산출물이다.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원한다면 시장과 고객은 까다로워져야 한다. 시장과 고객이 좋은 품질을 원하지 않는 한 기업은 좋은 품질의 SW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시장(발주자)이 해야 할 역할은 SW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도록 SW기업에 품질을 요구하고, 그 요구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기업만이 SW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국내 SW산업은 융합시대를 이끌어 갈 미래산업이며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SW산업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아울러 우리 SW기업들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고 위상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SW가 1등이 될 수 없고, 1등 기업이 나올 수도 없다. SW기업은 기업대로, 시장은 시장대로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1등 SW와 1등 SW기업을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SW품질을 요구해서 우리 SW기업들이 스스로 품질을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SW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저가 경쟁을 지양해 기술과 품질에 투자하는 건강한 SW기업이 되는 것이다.
SW공학센터는 기업이 SW를 개발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SW공학 전문기관과 연계해 해결책을 처방하고 지원하며 SW공학 기반의 전문인력을 양성함으로써 기업의 혁신의지를 지원할 것이다. SW 개발문화를 선진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 만큼 모든 소프트웨어인이 동참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상은 SW공학센터장 selee@nip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