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人災 예방을 위한 지능형 CCTV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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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실수야말로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스럽게 만든다.”

 독일의 시인이자 과학자이기도 한 요한 괴테가 한 말이다. 우리의 성공신화에는 항상 이와 같은 인간의 실수와 실패를 통해 얻은 새로운 성과를 미화하곤 했다. 하지만 얼마 전 발생한 ‘임진강 사태’에 대한 일련의 기사를 볼 때면 입언저리에 스며드는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다. 사고원인 조사결과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공방 논란이 뜨겁다. 물론 북한의 고의 방류가 1차 원인이겠지만 분명히, 우리 스스로의 미숙한 대응에서 오는 인재(人災)라는 책임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임진강 사고에서는 무인경보시스템(RTU)이라는 정보화에 대한 맹신과 CCTV 정보를 살피지 않은 관리자의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다시금 원활한 정보 관리와 운영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원인과 이유가 어찌됐든 이러한 인간 행동의 오류와 판단 실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러한 고민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올해 초부터 소방방재청과 국립방재연구소에서는 ‘전국 재난 영상정보(CCTV) 통합·연계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CCTV 영상정보에 지능형 영상감지기술을 적용해 재난 유형별 위험상황을 감지·판독·분석·표출하는 위험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인간의 오감(五感)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각 정보를 대신하는 CCTV 영상을 어떻게 재난관리분야에 활용할 것인지 방법론을 제시하는 연구라고 하겠다.

 시각영상 관련 학계에서는 통상 인간이 사물을 주시하며 온전한 판단을 내리기까지 응시시간이 20분이 채 안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재난상황 관리를 위해 설치된 CCTV 모니터링을 20분 이상 지속한다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며, 더군다나 24시간 동안 모니터를 보며, 상황대기를 하기란 본래부터 무리가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금번 연구사업에서는 이러한 생리적·물리적 한계를 보완하고자 CCTV 영상정보를 인간의 시각 판단만이 아니라, 영상의 색상·위치·형태 변화 등을 감지·판독하고 이에 따른 위험정도를 분석, 상황 근무자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어쩌면 임진강 사고에서 비록 RTU 기능이 마비됐다 하더라도, 인근에 설치된 CCTV가 급상승하는 하천수위를 감지하고 판독해 위험상황을 부가적으로 알려줬더라면 지금과 같은 대참사와 같은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으리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임진강 사고는 온전한 정보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본보기가 됐다. 다만, 정보소통은 ‘전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의사(Communication) 전달과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을 유도하는 것이어야 하고, 완전한 공유(Sharing)와 교환(Exchange)이 가능한 기반구축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위기상황을 우리 스스로가 함께 인식하고 공유하는 자조(自助)의 노력이 없이는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재해·재난의 방어를 국가의 책무로만 여겨왔던 피동적 사고에서 탈피하고, 한정된 소방·방재력의 취약성을 국민 모두가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인식의 변화도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 고도·복합사회에서 눈에 보이는 양적인 재난관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 스스로가 참여하는 질적인 재난관리의 발전을 생각할 때에 하루빨리 완전한 정보소통의 의미와 자조(自助)의 이해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호 소방방재청 국립방재연구소장 whyi1208@nem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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