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킬대로 엉켜버린 `자가망 중복 투자`

　사업자망·지자체 자체통신설비(자가망)·특정용도 자가망 등으로 국가 네트워크망의 중복 투자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정리할 소관부처 조차 불분명해 정부와 업계 모두 혼선을 빚고 있다.

　1일 관련 업계 및 기관 등에 따르면 지자체의 자가망 구축에 대한 중복 투자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나 소관 부처조차 명확치 않은 것으로 파악돼 정부가 사실상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가망이란 지자체가 소유권을 갖고 직접 구축해 관리하는 통신망을 의미하며, 사업자망이란 사업자가 소유권을 갖고 서비스별로 과금해 일반인들을 유치하는 형태의 통신망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이미 전국 곳곳에 사업자들이 구축한 통신망이 촘촘한데 이를 이용하지 않고 개별 기관이 또 다른 망을 깐다는 것은 자원낭비·중복투자라는 지적 때문이다.

　정부는 투자규모가 큰 u시티의 자가망 구축 문제와 관련해서는 ‘u시티법’ 제정시 일부 논의를 거쳤다. 그러나 지자체의 자가망 구축 허용 및 권장에 있어서는 시행령 등에서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피해갔다.

　현재 국가 통신망과 관련된 업무가 국토해양부·방송통신위원회·행정안전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u시티 주관부처인 국토해양부는 u시티 지정요건 상에 국가 네트워크망 구축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나, 사업자망이냐 자가망이냐는 소관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국가 네트워크망의 전반적인 정책을 담당하고 있으나 자가망에 대한 조정 역할은 전무한 상태다. 행정안전부도 지자체를 관리하고는 있으나 통신망 구축과 관련된 사업을 전담하고 있지는 않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 구 정보통신부와 구 건설교통부에서 u시티법 상의 자가망 규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을 생각하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부처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문제에 관해서는 유관부처 내에 담당자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불분명한 상태다.

　네트워크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상당기간 이슈가 됐던 문제였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목소리를 내는 부처가 없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자가망 구축이 계속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다면 자가망 관리주체 및 유지보수비용 문제 등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큰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방통위가 통신망의 전반적인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자가망 문제를 재검토하고, 행안부가 관리범위인 지자체와 각 구청 등 기관의 자가망 구축·운영 계획 및 사후 관리 방안 등을 사전에 제출받아 관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현재 일부에 한정돼 있는 지자체의 자가망 구축이 본격화되기 전에 가이드라인 및 소관부처 지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