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리스크 관리에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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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반기만 해도 해외진출, 금융회사 인수 등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를 육성하겠다던 증권사들의 목소리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소리없이 사라졌다.

금융시장이 불안해 현금을 확보하고 시장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몇몇 대형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큰 손실을 본 것도 업계가 움츠러든 주요 이유다. ‘현금이 가장 좋은 자산이다’는 말이 통용되는 불황의 시절이다. 그러나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위기는 기회를 동반하는 법’인데 리스크 관리에만 매여 있는 증권사들의 모습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증권사들 은행식 보수적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 ‘붐’=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때 아닌 증권사들의 은행식 ‘리스크관리 시스템’ 따라하기 ‘붐’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적인 은행 시스템을 비꼬던 말이 사라졌다”면서 “오히려 지금은 증권사들이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제일 먼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이미 완성단계에 들어갔다. 특히 삼성증권은 글로벌 투자손실 데이터를 포함해 운영 리스크 시뮬레이션 기능을 갖춘 시스템을 미리 개발해 부실 가능성이 있는 파생상품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었다.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은 시스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한 안전장치 강화도 증권사들이 중점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IB부분의 사전 및 사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리스크관리부 내에 7명의 전문인력으로 심사팀을 별도로 구축했다.

◇리스크관리 이유로 현금확보만 ‘혈안’, 공격적 투자 옛말=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올 상반기만 해도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목표로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현금 유동성 확보에만 혈안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해외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달러 운용자금 비중을 줄이고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혹시나 모를 외화유동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지만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여전한 게 사실”이라며 “(우리 회사도) 올해 필요한 외화자금을 이미 확보하고, 환헤지까지 했지만 시장 여건이 워낙 불안해 가용 현금 비중을 상당히 늘려논 상태”라고 말했다.

IB를 육성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늘려야 한다던 자기자본투자(PI)도 한파의 영향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상당금액을 투자했지만 증시 한파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금같은 상황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전문인력 영입 등을 통해 특화하기 좋은 시점일 수도 있다”며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리서치센터, 자산운용 부문 투자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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