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방송법 개정안 더 늦춰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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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이 보류되면서 방통위와 정치권 주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와 야당, 일부 시민단체 등은 개정안에 대한 상호 이견이 드러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편가르기가 한창이다.

 정부·여당은 어차피 개정안을 만든 마당에 이참에 통과시켜 논란을 없애자는 분위기다. 국회 설명회를 통해 야당을 설득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공청회를 한번 더 개최해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갖겠다는 것이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개정안 논의를 국회 안으로 끌어들인만큼 아예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자는 주장이다. 아예 개정안을 무산시키자는 계산도 깔려 있는 듯하다. 일부 지상파 시민단체는 이미 2번의 공청회를 물리력으로 저지한 바 있다.

 개정안은 방송의 규제완화 조치가 핵심이다. 지상파방송과 케이블 보도·종합편성 채널에 대한 대기업의 소유 제한을 푼다는 것이다. 대기업 소유제한 기준을 자산 3조원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하면 GS, 대림, 현대, 효성, 동양 등 34대 대기업이 방송시장에 새롭게 진출할 수 있다. 케이블 SO의 경우도 전국 사업권역(77곳) 5분의 1 이상 소유 금지에서 가입자 기준의 3분의 1 초과 금지로 바꿨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초대형 케이블방송이 생길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셈이다.

 정부 여당은 이번에 새 미디어환경을 반영, 방송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자고 나서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방송의 다매체화와 인터넷 매체의 성장, 특히 IPTV 등의 등장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이를 수용하자는 것이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공익성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진출이 그동안 쌓아온 공영방송의 기조를 무너뜨릴 것이란 이유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사업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방송 진출이 현재의 시장 구도를 해체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일단, 여론의 흐름은 정부 여당에 우호적인 것 같다. 이제는 방송시장도 개방해야 하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수용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시행령 의결 여부는 어차피 선택의 문제다. 정부·여당과 야당·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 일정 부분 타당한 명분과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공익’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본 정신은 비슷할 것이다. 야당의 경우는 특히 군사독재 시절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공익이란 지고의 가치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진입장벽쯤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동안 온갖 폐해를 낳아온 지상파 방송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는 것이다. 이미 마련된 IPTV법과의 형평성 문제도 걸려 있다. 지상파 방송사를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익의 거대 담론이 집단이기주의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미디어가 변화된 환경을 감수하고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는 마당에 지상파 방송만이 공익이란 우산을 앞세워 변화를 거부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이제는 미디어 환경도 글로벌화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방송의 특수성만 외칠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신문과 케이블도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고 포털, IPTV 등 새로운 융합 미디어도 등장하는 등 미디어 신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이상 개정안에 대한 시시비비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공익성이 문제라면 사전 진입장벽을 쌓을 게 아니라 방송심의, 방송평가, 재허가 심사 등을 통해 사후 여론 독점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박승정부장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