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소기업 키코 피해 대책이 ‘사후약방문’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비유되면서 총체적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정부 유동성 지원 자금이 발표만 서두른 탓에 한시가 급한 현장 중소기업들에는 전혀 ‘구원의 손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국정감사에서 우제창 의원(민주당)은 중소기업청의 키코 피해 대책이 이름뿐인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우 의원은 “중기청이 중소기업 경영 컨설팅 지원에 2006년 186억원, 2007년 200억원 등 매년 예산을 증액시켜가며 혈세를 쓰고 있지만, 정작 환위험관리 내용은 컨설팅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실시하는 각종 사업 역시 중기의 환리스크 예방과 관련된 내용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최근 중기청이 지원하기로 3000억원의 긴급 경영안정 자금 역시 생색 내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부자재 구입 지원, 수출금융 지원, 재해복구 지원 등에 쓰던 돈을 급작스럽게 중기 유동성 자금으로 지원하면 결국 중기 수출 지원에 차질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 효용이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최철국 의원(민주당)은 당장 정부와 국회가 공조해 5조원 규모의 ‘키코 피해 중소기업 긴급 지원을 위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혁 의원(한나라당)은 우리 중소기업의 통화 옵션 키코 상품 가입이 가장 성행했던 지난해 초반 정부는 ‘환위험 관리 우수기업 인증제도’를 도입해 초과 수요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환위험 헤지의 밝은 면만 지나치게 강조한 이 같은 정책 당국의 무지가 결국 기업을 지금과 같은 사지로 내몰았다”며 중기청을 질타했다.
한편, 이날 여야 의원들 모두 중소기업 한 곳당 평균 키코 피해 금액이 120억∼140억원에 이르는만큼, 전체 300억원 규모밖에 안 되는 정부의 긴급 유동성 자금은 전혀 쓸모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재경경제위원회의 통계청·관세청 국감에서는 행정기관 간 통계자료 유사·중복 조사로 인한 예산 낭비와 부실 통계 등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타가 잇따랐다. 박병석 의원(민주당)은 “국세청의 사업자 등록 자료와 통계청의 사업체기초통계조사가 조사 내용 11개 항목 중 9개가 동일한데도 서로 공유하지 않고 중복조사를 해 지난해 136억원에 이어 올해도 무려 178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정양석 의원(한나라당)도 “올해 통계청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한 중복·유사통계로 인한 예산 낭비가 11억3000만원에 이른다”며 “그나마 다른 기관의 유사·중복통계 예산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체계적인 통계정비계획을 주문했다.
들쭉날쭉한 부실 통계를 향한 여야 의원의 질책도 이어졌다. 이광재 의원(민주당)은 국감에 앞서 사전 배포한 14권의 정책보고서에서 “엉터리 국가통계가 엉터리 정책만 양산하고 있다”며 “국가 통계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통계 인프라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통계 정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경환 의원(한나라당)은 “품질진단 및 현지 실태점검결과에 따라 개선 권고를 받은 부실 통계가 많지만 정작 징계받은 내용은 없다”면서 부실통계 작성 근절을 위한 통계청의 대책방안을 따져 물었다.
이어진 관세청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특정 쟁점 없이 전자상거래 규모 확대에 편승한 사이버 불법거래 단속 강화, 수입물품의 유통 이력제 도입 촉구 등을 관세청에 주문했다.
이진호기자 jholee@ 대전=신선미기자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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