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기업들의 호재도 빛이 바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IB)의 잇따른 도산과 불안한 미국 경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우리나라 증시는 안갯속 세계 증시와 뒤엉켜 호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한달간 코스피지수는 1474.24포인트에서 시작해 1443.24로 마감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2.1%의 변동성에 불과하지만 우리 증시는 큰 폭의 하락과 상승을 번갈아하며 제자리를 맴돈 셈. 이 속에서 기업들의 호재가 있어도 제대로 주가에 반영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대규모 합병 호재도 시장 반응 ‘썰렁’=증시에 대형 호재로 꼽히는 인수합병(M&A)이 대표적인 사례. 지난달 29일 LG이노텍은 LG마이크론을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합병의 경우 합병을 기점으로 사전에 주가에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LG이노텍과 마이크론의 주가는 각각 9월 한달간 각각 6.0%와 7.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업종이 다르긴 하지만 이는 올초 현대차그룹이 신영증권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1만원 초반대 주가가 3만원대 후반까지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증시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던 것.
샌디스크의 인수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삼성전자도 M&A 재료로 부터 소외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샌디스크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샌디스크를 인수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되는 9월 한달간 4.4% 상승하는데 그쳤다.
◇실적 개선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안돼=정책적인 호재나 좋은 실적도 주가에 반영이 안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조달청을 통해 정부물품에 대한 전자태그(RFID) 장착 의무화를 발표했다. 이는 RFID를 공급하는 SK C&C와 포스데이타 등 시스템통합(SI) 업체에는 대규모 호재. 하지만 이들 업체의 주가 역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인터넷포털 업체인 NHN은 좋은 실적과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이란 호재에도 주가가 연중최저치에 있다. NHN은 3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이란 보고서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주가는 15만원을 유지하며 연중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NHN은 구글이나 중국기업인 바이두에 비해 실적이 좋지만 기업 평가에 있어선 이들에 훨씬 못미치는 실정”이라며 “글로벌 증시의 흐름에 묻혀 주가가 약세를 띠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당분간 글로벌 증시가 우선=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여전히 우리나라 증시를 위협하고 있어 당분간 호재가 제대로 주가에 반영이 안 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한달간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의 크고 작은 호재들이 묻혔다”며 “미국발 금융위기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개별 호재들이 크게 증시를 이끄는 힘이 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경민기자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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