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년 6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젊은 한국인 공학도는 당시 최고의 통신회사였던 AT&T에 개발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연구원은 한국으로 건너왔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달로 근속 30년을 맞은 양춘경 한국알카텔-루슨트 사장(55)의 얘기다.
“79년부터 LG와 AT&T의 합작사 설립이 추진되면서 한국 통신시장과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입사 다음해부터 인연이 시작됐으니, 30년이 된 셈입니다.”
AT&T에서는 한국인 직원이 흔치 않던 시절이기 때문에 기술·언어·문화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양 사장에게 한국 통신시장과의 인연은 피할수 없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입사 후 10년째인 88년에 본격적인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LG와의 합작사인 GSS(GoldStar semiconductor, LG정보통신의 전신)에 AT&T의 전전자 교환기인 ‘5ESS’ 제조 기술의 국내 이전을 관할하면서 구미 공장을 수도 없이 방문했습니다.”
이후 양 사장은 90년부터 94년까지 합작사의 수석 부사장급 공동 대표로 재직하다가 본사로 잠시 복귀했다. 하지만, AT&T가 96년 10월 AT&T, 루슨트, NCR로 3개사로 분할되면서 양 사장은 97년 다시 한국루슨트 부사장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이제는 통신입국 코리아의 세계화를 도울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이미 수개월전 전담조직을 만들었고, 외부에서 전문인력도 충원했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에 부족한 네트워크와 브랜드를 알카텔-루슨트가 대신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본사의 전략과도 일치한다.
지금까지 한국이 서구의 발달된 기술을 흡수하는 것을 도왔다면, 앞으로는 한국의 우수한 기술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게 30년 통신 터줏대감의 새로운 다짐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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