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버스 81번과 82번만이 닿는 곳. 의암호수 옆 한적한 시골마을에 연간 14만명이 찾는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이라는 엄숙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입구에 들어서면 재미있는 모양의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는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팀장 김용선)은 2003년 10월 문을 연 신생 박물관이다. 하지만 문을 연 지 8개월 만에 1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올해만도 15만명의 방문객을 맞은 명소가 됐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관람객의 80%는 춘천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방문객이고 재방문율이 60%에 이른다는 점이다. 불편한 대중교통 여건에도 한 번 찾아온 관람객의 발길을 다시 끄는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용선 박물관경영팀장은 “관람과 체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애니메이션박물관 2층에는 핀 스크린 애니메이션과 애니메이션의 소리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애니메이션의 소리의 세계관’에서는 애니메이션 화면을 보면서 그에 맞는 소리를 직접 제작해 보게끔 구성했다.
박물관의 마지막 체험 공간인 ‘나도 애니메이터’는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가 꼭 거쳐가는 코너 중 하나다. 설명대로 인형과 카메라를 움직이면 손쉽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 짧게나마 관람객 누구나가 애니메이션 제작 원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박물관 내에는 3D 입체 영상관도 있어 현재는 20분에 한 번씩 친환경을 소재로 한 3D 애니메이션 ‘트리로보’를 상영 중이다.
다양한 체험 공간과 더불어 빼어난 주위 경관도 관람객을 사로잡는 데 한몫한다. 애니메이션박물관 뒤편에는 새벽 안개로 유명한 의암호수가 있어 날씨가 좋을 때는 나들이 삼아 나오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대다수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을 4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관광명소로 만든 데는 김용선 팀장을 비롯한 직원의 노력도 크다. 다른 박물관에서 관장급인 김용선 팀장은 박물관경영팀장으로 불린다.
김용선 팀장은 “앉아서 관람객이 찾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펼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팀장이 어울리는 호칭 같다”고 설명한다.
김 팀장은 직접 운전해 각 지역의 휴게소에 박물관 소개 팸플릿을 비치하는 일도 마다 않을 정도로 박물관을 알리는 일에 열성적이다. 대기업에서 국내영업과 해외무역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그는 직원들에게 서비스 정신을 강조한다. 직원들이 관람객에게 친절하게 다가갈 때 다시 찾고 싶은 박물관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춘천시가 애니메이션 사업 지원을 펼치면서 애니메이션박물관은 미래의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학생에게는 좋은 학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지난 17일 심형수 한림성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춘천시내 중학교 3학년 학생과 애니메이션박물관을 방문했다.
심형수 교수는 “방과후 교육의 일환으로 시내 중학생에게 디자인 교육을 하고 있는데 시각적인 체험과 교육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애니메이션박물관이라 생각해 교육 마무리는 항상 이곳에서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에서 자라 지역에서 공부하고 지역의 기업에서 일을 하게 될 학생에게는 애니메이션박물관이 산업과 지역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장소라는 게 심 교수의 설명이다.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은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강원도 내 다섯 개 산골분교를 대상으로 각 분교의 CF애니메이션을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게 하는 교육활동도 하고 있다. ‘우리학교 CF 애니메이션 만들기’는 애니메이션박물관의 학예연구사와 신동헌 감독 등 원로 감독이 직접 분교를 방문해 애니메이션 제작과정 전반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고 함께 제작하는 활동이다.
김용선 팀장은 “올해로 2년째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만족도도 높고 교육 자체가 자리 잡혀가고 있어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사업의 하나로 확대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