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발굴에서 나스닥까지](14)대덕특구 투자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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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력과 시장만 있다면 자금줄은 걱정하지 말라.”

 과학기술부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벤처기업에 약속하고, 지키고 있는 내용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지난 40년 간 정부가 30조원 가량을 쏟아부으며 키워 놓은 정부 출연연 20여 곳의 기술력과 6000여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출연연에서 스핀오프돼 창업 전선에 참여한 연구원들도 수백명이 넘는다.

 연구원 창업 붐이 일던 지난 2000년 초기만 해도 대덕특구 기업의 투자 배수는 보통 30∼40배였다. 지금은 기업 활동이 거의 없지만 KAIST 출신의 G 교수가 창업한 업체는 미국에서 330배의 투자를 받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대덕특구에 흘러 들면서 기업들은 너도 나도 기술 상용화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제품이 만들어진 기업들은 유통시장 진입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기업은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을 갖고 있다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외에도 인력과 자금이 탄탄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부족하면, 기업은 곧바로 생존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대덕특구 기업들이 대부분 2000년대 중반 자금난에 부딪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던 이유다.

 ◇투자조합 본격 가동=이 같이 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으로 ‘기’ 한번 제대로 못 펴는 상황이 이어지자, 과학기술부와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이사장 박인철)는 지난해 기업 자금 수혈을 위해 대덕특구 투자조합인 ‘이노폴리스파트너스(대표 박동원)’를 설립했다. 정부 과제로 연명하던 기업의 ‘생존 악순환’ 고리를 끊고, 기술력이 나름대로 뛰어난 기업에 일부 자금투입을 통한 창업에서 성공하기까지의 벤처 모델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부와 대덕특구지원본부는 올해 내 총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으기로 하고, 지난해 과학기술부가 과학기술진흥기금 200억원을 포함한 400억원의 자금을 만들어 800억원 규모로 벤처투자조합 운영에 들어갔다. 출자 참여는 과기부, 한국벤처투자, 대전시, 한국산업은행 등이다.

 이노폴리스파트너스는 기존 창투사 위주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인큐베이팅 기능까지 갖고 있는 국내에서는 두번째의 ‘유한회사형(LLC) 조합운용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업 투자에서 육성까지 대표가 책임지게 돼 있는 구조다.

 ◇어디에 얼마나 투자했나=현재까지 이노폴리스파트너스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투자한 기업은 모두 7개 기업이다. 투자를 검토 중인 기업은 총 11개다.

 첫 투자기업은 지난해 말 아라기술과 아이엔씨테크놀로지 등 두군데가 나왔다. 지난 99년 창업한 아라기술은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업체로 대덕특구 내 데이콤종합연구소에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억원이었다. 또 아이엔씨테크놀로지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및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창업한 지 10년 만에 15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외 나노 분야와 광폴리머 재료, 신소재 분야 업체에 총 138억4600만원이 투입됐다. 최대 투자액은 30억원으로 한빛레이저와 지원비즈텍 2군데가 지난 달과 이번 달 각각 투자를 받았다.

 또 특구 이외의 지역인 대전과 수원, 천안에서 반도체 장비 및 소재, 모터사이클용 전문 수트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검토가 현재 진행 중이다. 투자를 검토 중인 업체 가운데 일부는 특구 내 이전도 고려 중이다.

 ◇벤처 투자 기준 뭔가=투자 대상은 연구소 기업과 첨단 기술기업,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이다. 또 기업 성장 자금의 안정적인 지원과 첨단 기술의 상업화 기간이 다른 제품에 비해 길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조합의 운용 기간을 7년으로 정했다.

 지역적인 투자 기준은 대덕특구 내 소재 기업에 전체 투자액의 50%, 특구 투자액을 포함해 대전 지역 소재 기업에 70%를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30%는 대덕특구가 종합 특구인 점을 감안해 전국의 기업에 일단 문호를 열어놨다.

 이노폴리스파트너스는 이 투자를 통해 글로벌 스타기업 20개 배출 및 자금 투자 수익률 30%를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본래 벤처기업의 성공률은 5% 정도도 안 된다. 우리나라, 특히 대덕특구 기업들은 정부 과제를 받아 그동안 목숨을 연명해 왔다고 본다. 이제는 기술에 따른 M&A 시장이 대덕특구에서 열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 역할을 이노폴리스파트너스가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덕특구 송락경 사업단장은 “현장 밀착형의 투자 대상 선별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첨단 기술 기업의 창업 촉진과 선도 기업 육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박동원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사장

 “하반기에는 신규 투자기업 발굴은 물론 기존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한 2차 투자도 병행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박동원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 패턴을 대덕에서도 보여주겠다”며 “필요하다면 기존 투자기업 발전 속도에 맞춰 서울 벤처캐피털 자금도 끌어오겠다”고 하반기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박 사장은 “선진국에서는 투자자가 회사의 모양을 만든 후 새로운 투자자를 동반해서 가는 모습들이 많다”며 “기업 가치의 객관성을 유지하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비교적 규모가 큰 수도권의 자금을 조달해 2·3차 투자도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능성 있고, 파트너십을 갖춘 회사에게는 과감히 투자할 생각입니다. 발굴된 기업들은 대덕특구 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연계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이노폴리스파트너스가 최근 창업한 지 불과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지원비즈텍에 상반기 투자 액수로는 가장 많은 30억원을 투자키로 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박 사장은 “투자회사라고 해서 단지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파트너가 돼야 한다”며 “기업들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회사 경영 부분도 함께 공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를 보다 깨끗하게 키우고 ,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투자회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노폴리스파트너스는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최고재무관리자(CFO)는 물론, 엔지니어 인력 등을 소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박 사장은 “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찾고 있다”며 “기업들이 잘 모르는 정부 기관들의 정책 자금을 소개해 주거나 업체가 요청할 경우 경영 관련 회의에도 참석해 자문을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창업했지만, 마땅한 생산 부지가 없어 충북 청원으로 회사를 옮겼던 나노신소재도 최근 생산 시설 확충이 불가피해지면서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측의 권유에 따라 대덕테크노밸리로 본사 이전을 재추진하고 있다.

 박 사장은 “연내 200억원 규모의 대덕특구펀드 추가 펀딩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국내 금융기관 및 해외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대덕 벤처기업의 잠재력을 널리 알려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15억 투자받은 `켐옵틱스`

 지난달 대덕특구 투자조합인 이노폴리스파트너스로부터 15억원을 투자받은 켐옵틱스(대표 이형종, www.chemoptics.co.kr)는 광소자 전문 생산기업이다.

 지난 2005년 켐옵틱스를 창업한 이형종 대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으로 광통신용 광소자만 10여년 이상 연구해 왔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31억원이다. 창업 2년만의 실적이다.

 켐옵틱스의 주력 품목은 최근 각광받는 HSDPA(고속하향패킷) 3.5G 이동통신에 쓰이는 광중계기용 광스위치 소자와 유선 광통신인 WDM(파장분할다중방식) 광전송 장비용 부품이다.

 특히 이들 제품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작동 원리에 따라 제어하는 전기적인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제품에 비해 신뢰성이 뛰어나다. 켐옵틱스는 또 광범위한 굴절률을 가진 산업용 및 연구용 광도파로 레진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카메라 렌즈용으로 UV 임프린틍 기술을 이용해 나노 및 마이크로 광 요소에 사용 가능한 새로운 폴리머 물질을 상용화했다.

 켐옵틱스는 앞으로 차세대 광전송장비(ROADM) 모듈과 가변 레이저의 개발 및 국내·외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형종 대표는 “반도체 부품과 관련해서는 국내 유일한 업체로 기술 수준은 세계 상위급으로 봐도 좋다”며 “일본의 히타치 등과 접촉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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