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정보분석원(FIU) 간 법정공방이 확산하고 있다. 두나무와 빗썸에 이어 코인원까지 FIU 제재에 불복하면서 특정금융정보법상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AML) 책임 범위가 법원 판단대에 올랐다.
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FIU의 영업 일부정지 6개월 처분과 관련해 법원에서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빗썸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업정지 없이 기존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FIU는 앞서 빗썸에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 등을 문제 삼아 영업 일부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빗썸은 처분 효력이 유지될 경우 정상적인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집행정지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행정처분 효력을 멈출지 판단하는 절차다. 이제 남은 것은 FIU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소송이다.
이번 사안은 지난 9일 두나무가 FIU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심 승소 판결을 받은 직후 진행된 유사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법원은 두나무 사건에서 거래소가 미신고 해외 사업자와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거래소가 어떤 조치를 해야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후적으로 고의나 중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FIU는 이에 불복해 지난달 30일 항소했다. 두나무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고, 빗썸과도 소송이 이어지면서 주요 거래소와 FIU 간 법정공방은 2심과 1심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가 됐다.
업계에서는 빗썸 사건도 본질적으로 두나무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FIU는 거래소가 미신고 해외 사업자와 이전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거래소들은 당시 구체적인 식별·차단 기준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거래소들은 △특정 해외 사업자가 미신고 사업자인지 △개별 지갑주소가 해당 사업자와 연결돼 있는지 △이를 실시간으로 어디까지 식별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빗썸의 경우 FIU가 지적한 위반 규모와 반복성, 내부통제 수준, 당국 요청 이후 대응 등이 두나무 사건과 다르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결국 빗썸 소송에서는 미신고 해외 사업자 거래 차단 의무의 명확성뿐 아니라 빗썸이 실제로 어떤 차단·점검 조치를 했는지, 제재 수위가 비례 원칙에 맞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코인원 사건도 같은 흐름에 있다. 코인원은 FIU의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심리 기간 동안 처분 효력을 잠정 정지했다. 코인원은 미신고 해외 사업자 거래뿐 아니라 고객확인의무와 거래제한의무 위반도 포함돼 있어 쟁점이 더 넓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별 내부통제 수준이나 당국 요청 이후 대응 방식은 본안 소송에서 따져볼 문제”라며 “제재 당시 정부가 제시한 기준이 명확했는지, 실제 위반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