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자기부상열차

 레일에서 떠 가는 자기부상열차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지난 1934년 독일의 헤르만 켐퍼다.

 그는 바퀴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력을 이용하는 튜브 모양의 자기부상열차 시험모델을 만들어 특허까지 출원했다. 70여년 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이후 자기부상열차 개념은 1960년대 미국 부루쿠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제임스 포웰과 고든 댄비에 의해 과학적으로 정립됐다. 바퀴식 열차의 미끄러짐으로 인해 기존 열차는 제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초전도 원리를 이용한 자기부상열차 개념을 구상하게 됐다.

 본격적인 연구는 독일과 일본에서 이뤄졌다. 독일은 1969년 HSR연구소가 연방운송국과 고성능의 고속철도시스템 개발과 적용에 대한 계약을 하면서 시작됐다. 최근엔 임슬랜드 시험선로에서 초전도 코일을 이용한 반발식 부상시스템(EDS)을 이용해 430㎞ 정도의 속도까지 구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62년 선형전동기 추진 및 비접촉 주행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1970년 초전도체 자기를 사용하는 공기역학부상시스템을 적용한 자기부상열차를 75년 처음 성공했다.

 자기부상열차는 본래 초전도 자석의 원리를 이용한다. 초전도란 어떤 조건에서 도체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이다. 저항이 없기에 초전도체는 전류가 흘러도 열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를 기반으로 초전도 자석을 만들어 달리는 기차선로 양편 벽면에 추진코일을 설치하고 삼상 교류전류를 흘리면 각 코일의 N극과 S극이 순간순간 바뀌면서 반복적으로 서로 밀고 당기는 힘에 의해 추진력을 얻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3년 대전 엑스포(EXPO) 때 기계연이 처음 만들어 시험 운행했다. 이 열차는 600m의 선로 위를 10∼20㎜ 떠서 승객 40명가량을 운송했다.

 조만간 국내에서도 대전엑스포과학공원과 국립중앙과학관을 연결하는 1㎞짜리 시범구간이 완성된다. 아직까지는 시속 120㎞ 이하의 중저속이지만 한국기계연구원이 400㎞ 이상 속도가 나오는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사업에 착수했으니 서울∼부산을 1시간 만에 갈 날도 그리 머지않은 듯하다.

박희범차장·온라인탐사기획팀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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