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제도가 최근 위기라고 한다. 늦은 결혼과 출산, 독신 증가 등으로 전통적인 가족 구성이 붕괴됐다. 친척은커녕 부부, 부모자식, 형제 간의 결속력도 약해져간다. 패륜 범죄도 툭하면 터져나온다. 가족 내 기능보다 갈등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개인주의적 서구 가치가 확산되면서 가족관계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보기술(IT)이 이를 부채질한다는 시각도 있다. TV·컴퓨터·휴대폰·게임기 등이 가족 구성원을 더욱 소외시킨다는 주장이다. 엄마는 거실에서 TV 연속극을 보며, 아빠는 안방에서 컴퓨터를 한다. 자녀는 제 방에서 PC나 휴대폰 게임에 푹 빠져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IT가 가족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 변수라기보다는 종속 변수로 보는 게 정확하지 않을까. 가족관계가 나쁘면 아무리 TV나 컴퓨터를 없애도 대화가 없다. 반면에 관계가 좋은 가족은 정을 북돋는 데 IT를 잘 활용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게임 대결이 그렇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그렇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요즘 딸과 문자메시지를 곧잘 주고받는다. 아쉽거나 고마운 마음을 메시지에 실어보냈더니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때보다 서로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미처 몰랐던 애틋한 감정을 문자메시지라는 수단으로 새삼 확인한 셈이다.
미국 야후와 광고대행사 OMD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모의 29%는 휴대폰으로 자녀와 하루종일 연락하며, 20%는 자녀와의 관계 개선에 인스턴트 메시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다. 가족의 소중함과 끈끈한 정을 확인하는 자리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느라, 해외 출장을 가야 해서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저런 상처로 인해 고향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 한 통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 e메일로 아쉬움을 달래면 어떨까. 더욱이 지구 반대편에 살지라도 영상통화로 얼굴까지 보여주는 세상이 아닌가.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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