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케이블TV현안 어떻게 풀 것인가?

 최근 HCN과 대구중앙케이블TV북부방송 기업결합 허용여부와 지상파TV의 다채널방송(MMS) 실시문제,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의 기간통신 사업자 전환 등으로 케이블TV 업계의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연달아 벌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은 케이블TV 업체의 생존과 직결돼 있을 만큼 중요한 문제들이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방송위원회는 이들 문제에 원칙적인 방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심지어 방조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케이블TV 업계에 방송위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다.

 권오승 위원장 체제로 바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초 기존 방침을 뒤엎고 케이블TV 업계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것임을 시사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방송위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케이블TV 사업자 간 기업결합은 처음부터 잘못 끼운 케이블TV 정책의 단추를 바로잡기 위해 내놓은 회심의 카드로 공정위의 예상치 못한 태클은 방송위로서도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방송위는 지금까지 공정위가 권역별 케이블TV 사업자 간 기업결합을 허용해준만큼 타당성을 설명하고 설득해 가능한 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공정위는 기업결합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보다 소비자에 미치는 폐해가 크다는 심사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조만간 열릴 전원회의의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에 기업결합은 불허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케이블TV 정책을 뿌리째 뒤흔들어놓을 정도의 파급력을 지닌 심사보고서 내용을 보면 방송위가 공정위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의심스럽다. 보고서는 결합 전 월 2000원, 3000원대이던 가입비가 결합 후에는 월 7000원대까지 올라가 독점 폐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케이블TV 업체들은 이런 낮은 가입비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것으로 원가에도 못미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케이블TV 업체들의 주장대로라면 오히려 지금의 가격이 공정거래법상의 부당염매(不當廉賣)에 해당하지 않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프랜차이즈 자체가 공정거래법상 특수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율돼 있지만 생존권 확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성을 위한 것이라면 예외적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임 위원장 시절에는 기업결합을 허용했던만큼 이번 보고서를 보면 방송위의 설득과 해명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방송위는 이토록 다급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지상파TV의 MMS 시험방송을 허용해 케이블TV 업계는 물론이고 수많은 시청자에게서 비난받을 일을 자초했다. MMS란 고선명(HD) 디지털방송 채널에서 화질을 떨어뜨리는 대신 남는 대역으로 4∼5개의 채널을 더 만드는 것이다. 거센 비난에 직면한 방송위가 20일 만에 대폭 축소 허용으로 방침을 변경했지만 ‘지상파는 무료 HD방송,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유료 다채널방송’이라는 기존 디지털방송 정책 기조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방송위가 이러면서 공정위를 상대로 케이블TV 정책 골격을 흔들면 안 된다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방송위가 방송의 골간인 지상파TV를 중시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케이블TV를 지나치게 홀대하는 것은 방송 다원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처사다. 케이블TV 업체들에는 힘센 방송위보다는 오히려 정보통신부가 조력자가 돼 주고 있다. 정통부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이기도 한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 오랫동안 기간통신사업자의 의무와 규제를 유보해 왔다. 방송에서 적자를 면치 못한 케이블TV 업체들은 초고속인터넷 사업으로 연명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블TV 사업자가 전국 사업자 못지않은 지배력을 갖춘 지금에서야 어쩔 수 없이 기간 사업자로 전환시키고 있다. 수입원이던 초고속인터넷 사업에서마저 책임과 의무가 강화된 케이블TV 사업자가 기댈 곳은 이제 방송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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