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잘못된 정책 과감히 철회를

 광고처럼 호오(好惡)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꽃’으로 미화되기도 하고, ‘허위, 기만, 과장’의 이름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광고는 광고일 뿐이다. 광고의 뿌리는 마케팅에 있다. 광고는 매스 미디어를 이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산업이라는 특성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렇게 매스 미디어를 통해 일반 국민과 직접 접촉이 이루어지는 특성 때문에 누구나 광고에 대해서는 일가견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광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세인들이 광고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간혹 광고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피상적으로 보이는 광고물만 보고 광고를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특히 광고산업의 사활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광고정책 관련자들에게서 이런 현상을 접할 때면 정말 우울해진다.

 2006년 2월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규제개혁기획단은 ‘표시 및 광고규제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그 내용에는 ‘방송광고 판매대행 수수료 체제 합리화’라는 것도 포함됐다. 이것은 현재 방송광고를 독점 대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대행 수수료 지급체계를 현행 ‘강제적 커미션 방식에서 커미션 또는 피 방식을 광고주가 선택하도록 개선하라’는 것이다.

 광고산업은 광고주·광고회사·매체사로 구성돼 있다. 광고회사는 광고주로부터 광고에 관한 사항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광고를 기획, 제작하고 매체에 게재하는 일을 한다. 이때 매체는 광고회사가 광고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고 매체사의 광고영업을 대행해 주며 광고주의 광고요금을 지급보증해 주는 대가로 광고회사에 일정률(국제관례는 15%)의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이것이 커미션이다.

 커미션은 광고회사가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 양의 구분 없이 매체로부터 동일한 수수료를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광고주는 광고회사가 제공한 서비스의 질과 양을 측정해 광고회사에 직접 보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이 피(fee)라고 불리는 보상 제도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규제개혁기획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수료 체제 합리화의 요지는 ‘광고주가 직접 매체를 구매할 수 있게 하되 이때 커미션만큼 광고요금을 할인해 주라’는 것이다.

 광고산업에서의 보상 제도는 기업과 기업 간에 발생하는 사례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는 이해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직접 관련되는 다른 사례를 보자. 여행사가 항공사로부터 항공료를 할인받는 경우가 있다. 항공사는 여행사가 승객을 직접 상대해 항공권을 발급하는 비용을 줄여주고, 항공 사정에 따라 적절히 승객을 분산시켜 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일정액의 할인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때 만약 어떤 승객이 직접 항공권을 예약하면서 여행사를 이용했을 경우 할인받을 수 있는 금액만큼의 할인을 요구한다면 항공사는 이를 수용해야 할까.

 이런 예를 본다면 해당 업종의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논리가 정책을 담당하는 규제개혁기획단에는 통하지 않는 것인지 답답하다. 문제는 오류를 무시하고 정책이 시행된다면 해당 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광고산업은 기업의 마케팅을 선도하는 산업으로 경제활동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문화산업이며 지식산업으로서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고 발전 가능성도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입안자의 이해 부족으로 광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광고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분적인 이해에 의해 국가 전체의 이익과 발전을 저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규제개혁기획단이 즉시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는 용기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하행봉(사단법인 한국광고업협회 상무) hbha@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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