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네그로폰테 스위치

손재권

 유명 미디어학자 네그로폰테는 80년대 말, 유무선 컨버전스를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사적 의사전달 통로인 전화는 유선에서 무선으로, 매스미디어인 TV와 라디오는 무선에서 유선으로.”

 TV는 주파수, 전화는 유선이 전부였던 80년대 말 어찌 지금의 통·방 융합 현상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10년 이상 지난 지금, 그의 예측은 ‘네그로폰테 스위치’라 불리며 그대로 적중했다. 통신의 무선화, 방송의 유선화는 기술발전·소비자의 이해를 고려하건대 필연적이다.

 하나로텔레콤·두루넷·온세통신·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EPN)·드림라인 등 후발 유선사업자들이 현재 경영 위기에 처했다. 불과 1∼3년 전만 하더라도 시외·국제전화 시장에서 KT와 경쟁하면서 요금인하를 주도하던 이들의 운명은 참담하다. 두루넷은 인수 합병돼 내년에 사라진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인수합병(M&A)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나마 매각에 실패했거나(EPN), 한 차례 실패 후 재시도(온세통신)중이다.

 그나마 버텼던 하나로텔레콤은 어떤가.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을 마지막 도약의 무기로 삼았지만 끝내 실패하며 경영위기에 처했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M&A 물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 탓을 하랴. 네그로폰테 스위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거시적 흐름으로 유선사업자의 M&A와 무선화는 필연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 규제와 타협에 이르지 못한 이해관계가 ‘역사적’ 흐름을 방해한다는 데 있다. 사업자가 스스로 M&A나 구조조정을 하고 싶어도 법과 규제가 막고 있다.

 시내·시외·초고속 등으로 구분된 현행 역무 구분은 ‘융합서비스 제공을 통한 소비자 이익 극대화’라는 흐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통신과 방송의 수평 계열화가 불가피하다.

 통·방 융합 서비스는 어떤가. 미국과 유럽에서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도 낡은 개념이다. TPS가 수익을 보장하지 못해 사업자들은 이동통신을 결합, 쿼드러플플레이서비스(QPS)로 이미 옮겨가, 사업자는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용자는 싼 값에 서비스를 누린다.

 통신사업자의 방송서비스는 지금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케이블TV사업자의 VoIP 사업권 허가도 연기됐다. 내년이면 통·방 융합 시대가 온다는 말을 꺼낸 지 3년째다. 네그로폰테도 웃을 일이다.

IT산업부·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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