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평가금융 활성화` 성공하려면

 정부가 엊그제 확정한 ‘제2차 기술이전사업화 촉진 계획’은 한마디로 앞으로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는 벤처·중소기업들이 쉽게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술평가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이를 통해 평가된 기술가치를 바탕으로 기업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금융상품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기술의 사업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기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증과 투·융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기술금융시스템을 구축해 벤처·중소기업 지원에도 ‘선택과 집중’ 방식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어서 일단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동안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벤처·중소기업들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계획대로만 되면 2010년에는 전체 벤처기업의 15% 정도가 기술평가를 통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니 신기술 기반의 창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이번에 기술평가를 통해 뛰어난 기술을 갖춘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방침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사실 이것이 새삼스러운 것은 결코 아니다. 기술력 있는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시책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제시돼 왔다. 문제는 실천이 제대로 안된 데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기술평가기관이 열악하고 신뢰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기술평가 인프라를 확충하고 다양한 기술금융상품을 도입하더라도 기술평가금융의 활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걱정이 앞선다. 기술력이 없고 장래성도 보이지 않는데 중기 혹은 벤처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점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퇴출돼야 할 기업이나 부실기업에 돈을 쏟아 붓고, 그 영향으로 정작 기술은 있지만 돈이 없어 곤란을 겪는 기업에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던 것이 지금까지 상황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이 기술력이 별로 없는 벤처기업에 주먹구구식으로 보증 지원을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 적지 않은 손실을 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기술력을 토대로 금융지원이 활성화되려면 먼저 제대로 된 기술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평가가 신뢰성을 잃는다면 과거의 부실 지원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형태의 부실만 낳을 뿐이다. 따라서 기술평가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기술평가 기관의 지정기준을 현재 전문가 3인 이상에서 변호사 등을 포함한 10인 이상으로 대폭 강화하고, 표준화된 평가기법을 민간에 보급하며 평가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산자부가 사후 검증하기로 한 것도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본다.

 그러나 기술평가는 지금까지와 같이 평가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술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최우선적으로 기술평가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특히 객관적인 기술평가와 금융기관의 참여가 기술평가금융을 활성화하는 핵심 키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안심하고 기술사업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평가방법을 개발,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힘들게 기술 개발을 하고도 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중소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정부의 이런 조치만으로 벤처·중소기업의 기술사업화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기술사업화 의지를 가질 때 성공할 수 있다. 아울러 벤처·중소기업이 스스로 정부 정책자금에만 의존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겠지만 정부도 퍼주기식 벤처·중기 지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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