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터’에서 일하는 사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정이다. 즐겁게 일하는 사원들은 다른 부서와 협력관계도 좋다. 또 이들은 일에 대한 열정도 높아 조직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이 앞 다퉈 ‘펀 경영(Management by Fun)’을 도입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조직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의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펀 경영은 내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고객서비스와 마케팅 분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일터에도 지난 9월부터 매주 수요일을 ‘펀 데이’로 지정해 자율복장제를 도입하고 있다. 아침 부서별 회의는 대화의 시간으로 바꾸고, 이 시간에는 업무보다 직원들 개개인의 취미와 능력계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정장차림에 익숙해 온 직원들은 자율복장제 도입 첫날 서로 살펴보며 어색해했다. 청바지와 티셔츠로 바뀐 내 옷차림을 뒤돌아서 힐끔 훔쳐 보는 사원도 여럿 있었다. 넥타이 없는 자율복장이 몇 차례 진행되자 사원들은 어색함에서 벗어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얼마 전에는 펀 경영의 일환으로 전 사원이 참여할 수 있는 ‘골든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4000여 직원 중 각 부서에서 선발과정을 거쳐 70여명이 참가했다. 각종 피켓을 들고 자발적으로 출전선수를 응원하려는 응원단의 열기 또한 밤 늦도록 식을 줄 몰랐다. 한 문제 한 문제, 또 정답이 발표될 때마다 환호와 실망이 교차하는 사원들의 표정 그리고 가끔씩 나온 오답은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이날 출전자들은 멋진 옷차림으로 동료 사원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골든벨을 울리는 사원과 함께 투표를 통해 ‘베스트 드레서 상’ 수상자를 선정해 푸짐한 상품을 증정했다.
펀 데이에 참여한 직원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퇴근 후 술자리와 노래방으로 이어지던 회식문화에서 벗어나 문화공연 관람, 이색적인 외국음식 체험, 레크리에이션, 각종 스포츠 등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깜짝 이벤트 행사 제안이 쏟아졌다. 이런 제안을 수렴해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퇴근 후 부서별로 영화와 운동경기 관람, 스포츠활동 등 혼자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을 계획하고 있는데 사원들의 반응과 기대가 한층 높다.
직장인들은 휴일을 제외하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일터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반복적인 일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개인이나 조직에 모두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사원들은 직장을 신뢰하고 신바람나게 일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경영 모토다. 직장인에게는 일터에서 만나는 펀이야말로 삶의 활력이자, 미래를 위한 재충전의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원 개개인에게 잠재돼 있는 신바람을 자극하고, 자기 스스로 유쾌한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 펀 경영의 목적이다.
사원들의 즐거운 일터는 고객 만족과 사원 만족을 이루어 낸다. 그리고 일의 효율성에 그치지 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고 제안하게 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기업의 생존 여부는 바로 창의성에 달려 있다. 한 사람의 기발한 착상이 다수에게 생존과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창의력은 기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이자 가장 큰 경쟁력으로 간주된다. 또 창의력은 바로 즐겁고 생동감 있는 일터의 현장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조직 문화다.
물론 직장은 놀이터가 아니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생존 현장이다. 늘 즐거움으로 채울 수 없는 일터지만, 펀 경영으로 사원들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준다면 조직의 생산성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고객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블루오션으로 접근하는 기업의 큰 자산인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이렇듯 펀 경영을 확산시켜 사원 개개인의 관계를 넓히고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들어 나가는 첫 걸음이자 첩경이다.
◆신헌철 KT 수도권서부본부장 shinheon@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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