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한국오라클 표삼수 신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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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공식 취임한 표삼수 한국오라클 사장이 서번트(봉사) 리더십을 말하며 ‘고객에게 존경받는 기업 만들기’에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한국오라클 본사 엘리베이터에서 표삼수 사장(52)을 만난 직원들은 반갑게 그를 맞았다. 한국오라클 사장이 된 지 10여일 만에 직원들과 많이 친해진 모양이다. 표 사장은 지난 1일 한국오라클 신임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그는 기자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격의 없는 한국오라클 문화가 좋습니다. 한국 기업의 사장으로 있을 때는 직원들과 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오라클에 오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첫 느낌이 굉장히 좋습니다.”

 표 사장은 한국오라클의 수장을 맡기 전 현대전자 전무, 현대정보기술 사장,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사장 등 한국 기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런 그가 외국계 기업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의외였다.

 “한국오라클 임직원은 전문가 입니다. 어디에 내놔도 개인 능력이 뒤지지 않습니다. 일에 관한 한 양보가 없습니다.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사장 시절에도 직원들에게 프로 정신을 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라클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것은 유능한 직원들 덕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한국오라클을 잘 안다. 한국오라클의 파트너(현대정보기술)와 고객사(우리금융정보시스템)로 10년 가까이 한국오라클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오라클의 문제를 그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90년대 한국오라클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고객을 위해 헌신한 결과입니다. 당시 한국오라클 임직원은 고객을 진심으로 받들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도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하면 누구나 오라클을 꼽습니다. 하지만 성장 후유증도 있습니다. DBMS의 성공에 취한 한국오라클은 겸손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애플리케이션은 DBMS와 같은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오라클은 2000년대 들어 DBMS를 기반으로 해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해법도 내놓았다. “한국오라클을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은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관한 것입니다. 신뢰하지 못하는 기업에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맡길 수 없습니다. 고객에게 한국오라클과 함께하면 편하게 비즈니스할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고객에게 존경받아야 합니다.”

 한국오라클 사장의 권한이 과거만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주어진 권한을 잘 행사하는 사람이 리더십 강한 최고경영자(CEO)였습니다. 저도 국내 기업에 있을 때는 권한을 가차없이 휘둘렀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리더십이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은 메트릭스 조직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섬기는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임직원들이 사장을 쉽게 대하고, 대신 고객은 어렵게 대해야 합니다. 늘 임직원의 고충을 듣고 함께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사업에는 확실히 욕심을 냈다. “저의 능력을 다 쏟아부어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DBMS 수준으로 육성해 국내 1위 애플리케이션 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오라클은 세계 최대 애플리케이션 시장인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중이며,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인적관리(HRM)·공급망관리(SCM)·고객관계관리(CRM) 등의 주요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섰습니다. 제품·품질·고객·파트너 등 국내 1위 애플리케이션 업체로 올라설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죠. 고객에게 헌신하고 임직원을 받들면 국내 애플리케이션 1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1년 뒤의 성적표가 궁금하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표 사장은 누구.

 ‘한국오라클 사장, 명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하나은행 자문위원.’

 표 사장은 명함이 3개다. 지난 1월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그는 하나은행 자문위원과 명지대 교수로 활동했다. 한국오라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도 이 직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오라클이 그를 존중, 배려한 덕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한국과 미국에서 금융권의 경영과 정보기술(IT), 리서치, 교육 및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 3개 명함은 그의 화려한 경력을 간접적으로 대변한다.

 표 사장은 “엔지니어로, 교육자로, 경영인으로 30년을 살았다”며 “이 모든 것을 업계와 한국 사회,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표 사장이 오기 전 한국오라클 대표를 대행했던 키스 버지 오라클 아시아태평양지역총괄 부사장은 “표 사장의 경험과 리더십은 그가 거쳐온 모든 회사에서 사업 성공과 함께, IT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74년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연구원을 시작으로 한국과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 약 10년간 제조시스템, 전자,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과 관련된 교수직과 연구개발 및 경영관련 업무를 거쳤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대학원 컴퓨터 공학박사며 한국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공학 석사,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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