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법 도·감청 제대로 밝혀라

정지연

 국정원의 이동전화 불법 도·감청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론적·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다며 국민을 달래왔던 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업계는 무색하기 짝이 없게 됐고 이동전화 가입자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국정원은 자체 장비까지 개발해 그 어렵다는 디지털(CDMA) 이동전화도 수년간 도·감청해 왔음을 시인했다.

 문제는 또다른 당사자인 정통부의 당황스런 해명이다. 수년간 국정원을 포함한 국가 수사기관들의 감청 현황과 장비 도입 등을 신고받아 점검하고 이동통신업체들의 수사 협조 현황 등을 파악하고 있는 정통부는 국정원의 이 같은 ‘자백’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96년 국정원이 이탈리아로부터 아날로그 이동전화 도청장비를 도입한 것도, 99년 디지털 이동전화 도청장비를 자체 개발해 사용한 것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만약 그렇다 해도 실제 상황에서 도청이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업체들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통부를 거들었다. 시인이라도 하면 그 많은 비난의 화살과 도청방지에 대한 추가 비용 부담을 져야 되는지는 몰라도 극구 부인하고 있다.

 2003년 초 팬택이 ‘비화(秘話)폰’을 개발한 적이 있다. 통화내용을 디지털 코드로 압축하고 암호화해 같은 폰을 사용하는 상대와 비밀통화가 가능한 제품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정통부와 이통업체들은 “이동전화 도청은 불가능한데 비화폰이 웬 말이냐”며 출시를 원천봉쇄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3800만 가입자는 안전한 통화와 함께 서비스 위상 제고를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이미 시장에서는 WCDMA(HSDPA), 와이브로, 인터넷전화 등 신규 서비스 도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음지에서 일하는’ 국정원도 인정한 이 마당에 ‘따뜻한 디지털 사회’를 만드는 정통부와 이통업체들도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IT산업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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